새해 분열과 갈등 떨쳐내기를 …
새해가 되면 겸손해진다. 매년 노화되는 혈관에 낙관적인 결의를 주입하곤 했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이 흐른 지금 나는 현실주의자가 됐다. 얻기 힘든 미래의 이득보다 역사적 손실에 대해 성찰해본다. 잃어버린 기회,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리고 거짓으로 판명난 신념.

지난 1년간 내가 잘못 취한 게 무엇인지, 잘못한 게 무엇인지, 하지 못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면 민망하기만 하다. 지난해 확신에 찬 예측 중 일부는 너무 비관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쉽게 이길 것으로, 미국이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마침내 어떤 끔찍한 질병에 굴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모두 빗나갔다. 3 대 0. 하지만 만족한다.

실망스러운 오류도 있었다.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가 일어날 것이란 확신,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선에 그칠 만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확신, 하루에 4마일씩 달리겠다는 결심이다.

美 극단적 대립은 아이러니

이 같은 사실들에 나는 겸손해진다. 그래서 올해 내가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정중하게 요청할 결심을 적어봤다.

두 가지 다른 생각을 품기 위해 노력해보자. 육식과 채식주의를 동시에 고려하란 것이 아니다. 세계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근절하자는 얘기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모든 문제와 질문이 우리 삶의 방식에 실존적인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고방식이다. 특히 매년 이맘때면 우리가 맞았던 것과 틀렸던 것, 희망과 계획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적어도 우리가 그렇게도 확신했던 것들이 결국 너무나 불확실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세상은 복잡하다.

허무주의 또는 무조건적인 상대주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주의와 독선에 맞서 약간의 문제의식을, 극단적 이념주의자 앞에서 지적 다양성을 갖자는 얘기다.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찬란한 국가를 건립한 미국인들이 이처럼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것은 아이러니다. 미국은 지속적인 개혁과 갱신이 필요한 결함이 있는 국가지만 세계 어느 국가보다 낫다.

우파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이 판을 치고, 권위주의를 침해하는 걱정스러운 징후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더 나은 대안일 리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어쨌든 실패하지 않았다.

이분법적 사고서 벗어나야

좌파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다. 인종차별과 차별은 미국 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강조해도 인간의 편견을 없애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차별과 불평등을 줄이는 데 있어 놀라운 진전을 이뤘다.

우리의 임무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선별하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미국 내 정치적, 문화적 차이는 여전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실존적 위협인가. 러시아와 중국의 독재만큼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 물론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New Year’s Can Be Humbling. Resolve to Keep It That Wa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