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 시장격리(의무매입)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법제사법위원회를 ‘패싱’하고 소관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직행한 첫 사례다. 쌀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떨어지거나,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경우 기존 정부 재량 사항이던 쌀 수매를 의무화한 게 이 법안의 골자다.

민주당은 지난 10월에도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에 ‘윤미향 의원 끼워넣기’를 통해 법안을 단독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법사위에 막히자 이번엔 ‘60일 동안 심사를 마치지 않은 법안은 기존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동의로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다’는 국회법을 근거로 직회부를 관철시켰다. 민주당은 재적 요건에 한 석이 모자랐지만, 이번에도 윤 의원의 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직회부한 법안은 최소 30일의 숙려기간을 거치지만, 169석의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 민주당은 집권 당시엔 농민단체의 요구를 뿌리치더니 이재명 대표가 수차례 법안 처리를 주문하자 총력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법안 도입 명분으로 쌀값 안정화와 농가소득 보전을 내세웠지만, 공급 과잉으로 쌀산업 구조가 밑바닥부터 붕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안 시행 시 2030년까지 연평균 쌀 수매에 9666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2030년엔 1조4042억원으로 불어난다. 지금도 전체 농가의 51.6%가 쌀농사를 짓는다. 올해 남아도는 쌀이 24만8000t에 달하지만 밀은 99.5%, 콩은 63.2%를 수입한다.

‘퍼주기식’ 지원은 농업의 자생력을 약화해 생태계 붕괴를 재촉하는 일이다. 언제까지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남는 쌀을 사줘야 하나. 스마트팜 도입 확대와 기업의 농업 진출 등을 통해 농업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산업이 되도록 구조 개편에 나서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