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김경수의 '성찰'
‘드루킹의 공범’ 김경수 전 경남지사 재판은 특혜의 집합이었다. 허익범 특별검사의 기소에서 대법원 2년형 확정까지 35개월이 걸렸다. 특검법에 명시된 재판기간 7개월(1심 3개월, 2·3심 각 2개월)의 5배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을 빌리면 분명 ‘부당한 재판’이다. 김명수 사법부는 구속영장부터 기각하더니 1·2심에서 실형이 나왔는데도 수감하지 않았다. 최종심까지 불구속 재판을 받은 덕분에 그는 4년 임기 중 3년1개월을 채웠다.

수사와 기소 전반도 비정상적이었다. 서슬 퍼런 ‘촛불정권과 양념들’의 좌표찍기에 특검은 시종 악전고투했다. 역대 13번의 특검 중 수사기간 연장을 자진 포기한 유일한 특검의 길을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김경수의 유죄 죄목은 ‘네이버 업무방해죄’(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다. 정작 4133만 회라는 상상초월 댓글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타락시킨 혐의는 제대로 단죄되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 여론조작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핵심인 2017년 대선 댓글조작은 공소시효(6개월)가 지나 아예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김정숙 여사와 송인배·백원우 전 비서관의 수상한 행보에 대한 수사도 유야무야됐다.

그가 신년 특별사면으로 28일 새벽 창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갖은 특혜와 초호화 변호인단을 쓰고도 1·2·3심에서 완패한 그의 출소의 변은 자숙이나 반성이 아니었다. ‘성찰’이라는 모호한 단어였다. “그간 성찰의 시간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더 성찰하겠다”고 했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이라는 말로 복권 없는 사면에 대한 불만도 노골화했다.

‘가석방 불원서’라는 기상천외의 탄원서를 낼 때부터 예상된 바지만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받고 유죄 확정판결까지 났는데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는 행태에 누가 공감하겠나. 성찰은 강남 좌파의 민낯을 드러낸 조국이 애용하는 레토릭이다. 그는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야당의 추궁을 단호히 부인하며 ‘성찰하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그러자 “자기성찰이 없는 상상하기 힘든 인간형”(문학평론가 김병익)이라는 개탄이 쏟아졌다. 기왕에 성찰하겠다니 자신의 양심부터 돌아볼 것을 주문하고 싶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