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방혁신, 산학연군(産學硏軍) 초협력에 달렸다
윤석열 정부 국방 분야 핵심 키워드는 국방혁신 4.0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무인·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과학기술 강군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각 군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해군은 2019년부터 스마트해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고 올해는 AI 역량 강화와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전장시스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할 것이며, AI 기반의 무인장비는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이 될 것이다. 최첨단 기술력 확보는 스마트 해군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연구부터 기술융합에 이르는 기술개발 전 단계에 대해 체계적 지원과 우수 국방 연구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미 해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방분야 원천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이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미 해군연구소는 대학과 긴밀한 산학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첨단무기 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갔다. 워싱턴대, 존스홉킨스대 등 미국의 주요 5개 대학에 해양과학 특화연구소를 설립해 지난 8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하면서 수중·수상, 우주항공, 사이버전 등 국방분야 첨단연구를 선도하게 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대학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연구 지원은 미 해군을 세계 최강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의 국방분야 연구 참여는 방위사업청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유행처럼 지나가는 특정 주제에 의해 지원되는 기초연구나 체계사업에 기술 납품을 목적으로 한 단기 프로젝트성 연구 지원은 과제 종료 후 연구팀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중복성을 이유로 필요 기술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려운 점이나 복수 기관에서 동일 주제로 선의의 연구 경쟁을 할 수 없는 현실은 우리나라 국방기술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다. 분야 특성상 보안이 요구되는 핵심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의 논문 출판 의무 등 다른 학문과의 동일한 평가 시스템 및 대학 내 과제 관리 시스템은 국방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을 저해한다.

산학연군의 협력 강화는 우리 군이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단기적 과제 중심의 산학연군 협력을 뛰어넘어 4차 산업혁명 첨단 국방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초협력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대학 내 국방전문연구소 설립 후 체계적 지원과 독립적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둘째, 단기적 성과 위주에서 중장기적 목적 지향적 지원으로 연구 지원 체계를 전환하고 셋째, 설립된 대학 부설연구소의 인사, 행정, 재정의 독립성 보장을 통한 실용적이고 독창적 연구활동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 이제는 혁신적인 협력에 나설 차례다. 경계 없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방혁신 4.0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진정한 과학기술 강군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