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의 마케팅 인사이트] 지구촌 '메가 스포츠 이벤트'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이 피날레만을 남겨 놓고 있다. 월드컵은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축제지만 다양한 마케팅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많은 관중과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월드컵을 마케팅 기회로 활용한 것은 당연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가입국이 211개국, 월드컵 시청자가 35억 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FIFA의 월드컵 수익은 46억달러(약 6조2000억원)에 이른다. 그럼 카타르 월드컵의 수혜자는 누굴까.

첫째,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혈전을 들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의 공식 스포츠 의류 및 용품 스폰서는 아디다스다. 아디다스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카타르의 알리흘라까지 14회에 걸쳐 공인구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32개 출전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보면 나이키가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잉글랜드, 프랑스 등 13개국으로 가장 많아 TV 중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출됐다. 나이키는 팀 외에도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지속해서 후원하는 방식을 택하며 아디다스와 맞서왔다.

둘째, 국내 유일의 월드컵 파트너는 현대자동차·기아다. FIFA 글로벌 파트너는 아디다스, 코카콜라, 비자, 현대차·기아, 카타르항공 등 7개다. 현대차·기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글로벌 스폰서로 참여해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탄소중립,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각국 선수단 버스는 물론 전기차를 포함해 차량 983대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섰다.

셋째, 손흥민 마케팅 기업이다. 마스크 투혼을 발휘한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세계 뉴스의 중심에 있었고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의 핵심이었다. FIFA의 월드컵 홍보모델로 활약하며 국내에서는 축구대표팀 후원사인 나이키의 공식 유니폼을 입었고 경기 전 KT 로고를 가슴에 단 공식 훈련복을 입기도 했다. 손흥민은 아디다스의 공식 글로벌 홍보모델로 활약한 것은 물론 경남제약 레모나, 농심 신라면, 롯데리아, 질레트, 피파모바일, 태그호이어, CU 등 12개 기업의 광고모델로 축구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손흥민은 NOS7이란 독자 의류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손흥민의 경제적 파급 효과만도 1조9885억원으로 추정했다.

넷째, 방송사와 네이버의 미소를 들 수 있다. FIFA의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료는 26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추정된다. 국내 방송 3사도 막대한 중계권료를 FIFA에 지급했다. 한국팀이 선전하고 16강에 진출하며 시청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가나전의 방송 3사 총시청률은 39.1%였다. 방송사들은 월드컵 광고의 완전 판매, 예능 등 관련 프로그램 제작, 유튜브 등 부가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 등 좋은 마케팅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 올림픽과는 달리 네이버와 아프리카TV를 통한 온라인 재판매를 통해 중계권료 수익을 올렸다.

다섯째, 조규성 이강인 황희찬 등 대표팀 선수들의 마케팅 가치 상승을 들 수 있다. 202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한국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이 늘어났다. 손흥민이나 김민재 등 이미 월드클래스에 오른 선수들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활약이 뛰어난 선수 등에 대해 외신의 유럽 무대 스카우트, 이적 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규성 선수의 인스타그램은 콘텐츠가 몇 개 안 되는데도 팔로어가 월드컵 전 2만 명에서 현재 28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상품 가치가 커졌다. 카타르 월드컵은 선수들의 몸값 상승은 물론 K리그 흥행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가져왔다.

월드컵의 승리를 위한 경쟁, 축구가 갖는 스포츠 정신의 재발견, 각국의 응원 열풍 속에 카타르 월드컵은 다시 한번 국가나 기업, 선수들에게 마케팅 가치를 증명하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