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번엔 '勞勞 갈등'에 가로막힌 기아 신공장
지난 7일 ‘미래 투자도 노조 허락받아야 하는 나라’라는 제목의 본지 온라인 단독 기사에는 4000여 개 댓글이 달렸다. 자국으로 공장을 유치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에 짓겠다는 전기차 공장마저 막아서는 기아 노조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13일 보도 이후 처음으로 노사가 경기 화성 전기차 신공장 관련 협의를 할 예정이었다. 올해만 15번째 노사 협의였다. 전기차 공장을 국내에 짓는 프로젝트에 왜 15번이나 노사 협의가 필요한지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15번째 노사 교섭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기아 노조 내 다른 노조 계파 소속 대의원들이 ‘사측에 굴복하는 것 아니냐’며 교섭장 입구를 봉쇄하고 현 노조 집행부의 입장을 물리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조직이라면 외부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성찰할 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기아 노조는 외부 지적에 건설적 교섭은커녕 오히려 계파 간 싸움, 교섭 원천 봉쇄라는 퇴행적 행태로 대응했다. 이대로라면 다음 교섭이 언제 열릴지, 내년 3월로 예정된 착공은 제때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노사 갈등에 이어 이번엔 노조 집안싸움에 미래차 투자가 산으로 가는 기가 막힌 상황이다.

그사이 바다 건너에서는 경쟁자들의 전기차 투자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독일 본거지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을 전기차 기지로 전환하기로 하고 약 4억6000만유로를 초기 투자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모델을 볼프스부르크에 도입하기 위해 노조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공장의 전기차 전환에 난항을 겪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지금 세계에선 그야말로 모빌리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참전한 ‘복합 전쟁’이다. 자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국내에 짓겠다는 공장마저 “15만 대는 적다. 20만 대로 지으라”며 몽니를 부리는 노조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공장은 수요에 맞게 짓는 것이고, 수요는 노조가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결정한다. 무작정 공장 규모만 키운다고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시골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다고 청약이 몰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때 전기차를 생산하지 못하면 공멸뿐이라는 무서운 현실을 노조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