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열되는 新관치 논란
관치 금융의 뿌리는 깊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1년 군사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 등을 통해 금리 결정과 대출 배분, 금융기관에 대한 예산과 인사를 모두 행정부 권한으로 편입시켰다. 정부가 경제개발 전략을 짜면, 은행은 그 지시를 따르는 구조였다. 과거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6급 주사가 은행장에게 기업 대출을 지시하고, 퇴직 금융관료들이 시중·국책은행 수장으로 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그런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고, 그 균열이 극명하게 드러난 게 2003년 카드 사태 때였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김석동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는 당국에 맞서 한 금융권 인사가 “은행은 돈을 버는 기업”(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라며 맞섰다. 김 전 행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 한계 기업 지원 등을 거부하다 연임에 실패했다. 실패한 쿠데타였으나 파장이 컸다.

모피아(재무부+모피아) 천하가 깨진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다. 고금회(고려대 출신 금융인사 모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사 모임) 등 대통령과 인맥·학맥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기 시작했다. ‘관치 금융’을 ‘정치 금융’이 대체한 것이다. 그러나 주도 세력이 바뀌었을 뿐 권력이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폐해는 여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 수장으로 내부 출신 인사를 중용했으나 대통령 자신이 “왜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적용하느냐”는 등 상식 밖 발언으로 시장에 더 큰 관치 폐해를 입혔다는 평가다.

새 정부에서도 예외 없는 관치 논란이다. 금융당국이 금리 조정 문제부터 기관 인사까지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제는 3연임에 의욕을 보이던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참석 후 갑자기 사퇴를 선언, 외압설이 재차 불거졌다. 물론 금융 수장의 자격에 관해 당국이 입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 정부와 가까운 관료나 금융권 인사들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래서야 ‘과거 정권들과 다른 게 뭔가’라는 지적에 할 말이 없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는 일은 삼가야 한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