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지출 증가로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 건강보험이 일부나마 정상화된다. 특히 단기간에 과도하게 적용 범위가 확대된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는 복지 거품이 바로잡혀가는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개선안은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최대한 막고, 과다 의료이용자의 자기부담률을 높이며,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보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환자 1인이 외래진료를 1년에 2050번이나 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또 있는가. 초음파 진단은 기본이고, 고가의 자기공명영상(MRI) 진료까지 무분별하게 보험을 적용하면서 정작 MRI 치료가 다급한 환자는 길게 기다리는 등 문재인 케어 부작용은 건보재정의 급격한 악화로만 끝나지 않았다. 획일적 보장성 강화는 의료 남용 같은 부작용만 불러일으켰을 뿐, 당초 정책목표라고 내건 건보 보장률 70%는 달성하지도 못했다. 건보재정이 조기 고갈되면서 당장 내년부터 조 단위 적자가 누적될 게 확실시되자 서둘러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빨간불이 켜진 건강보험은 부분적으로나마 제 자리를 찾게 됐지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한 곳은 더 있다. 국회에서 뜸만 들이는 국민연금은 더하다. 국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해가 바뀐다고 조기에 개혁안을 내놓고 공론화와 여론 검증까지 충분히 받을 것 같지 않다. 4대 공적보험인 산재보험·고용보험에도 슬그머니 확장한 포퓰리즘 요소가 적지 않다. 산재보험만 해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업 여건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근골격계 질환까지 보험 대상에 들어갔다. 이러니 법원이 출근길 신호위반과 무면허 사고까지 산업재해라고 판결하는 것이다.

고용보험도 적용 범위가 급속도로 넓어졌고 실업수당도 확대됐다. ‘보험’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모두 일방적 복지방편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선심책이 기금 고갈을 부채질하고, 그 구멍은 재정으로 메꾼다는 사실이다. 정책을 빙자한 포퓰리즘이 남발될 때마다 일각의 박수 속에 정당한 문제 제기는 다 가려져 버렸다. 그렇게 미래세대 부담이 가중돼 간다. ‘문재인 케어의 과잉 거품 빼기’가 4대 보험 정상궤도 찾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