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야당 반대에 막혀 '벼랑 끝' 내몰린 중소기업
“중소기업·소상공인 다 죽는다. 근로자 투잡 뛰게 하고 사업주 범법자 만드는 주 52시간제 폐지하라.”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올 12월 31일 일몰을 앞두고 있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연장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읍소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69개 단체 회원 100여 명이 이날 ‘8시간 추가연장근로 일몰 폐지 촉구대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단체행동에 나선 배경이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주 52시간제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만 주 8시간의 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제도다. 올해 말 일몰될 예정이다. 30인 미만 규모 업체들은 당장 올해를 끝으로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추가 인력을 구해야 할 처지가 된다.

문제는 이미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기·자영업계에서 새로운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데다 추가 인건비를 부담할 여력도 없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30인 미만 제조업체 400곳을 조사한 결과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도래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업체가 75.5%에 육박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가격 폭등과 유례없는 인력난 등 ‘5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추가연장근로제까지 사라지면 영세 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현장 상황을 모르는 추가연장근로제 폐지와 같은 법안이 사업주들의 사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사업을 유지할 의지를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업종 특성상 고된 작업환경으로 인력난이 이미 심각한데,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없어지면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질 게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업계 간담회에서 “추가연장근로제도가 연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일몰 연장은 요원한 상황이다. 거대 야당의 반대에 막혀 지난 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에 관련 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빈사 상태에 내몰린 영세 중기·자영업계를 위해 진정한 협치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