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는 국민의힘이 ‘수도권 대표론’을 놓고 내부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권 주자들을 거명한 뒤 “(당원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의석의 절반이 있는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수도권 주자들은 환영하지만 영남 주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심(尹心)’ 논란까지 벌어지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외부 차출론’과 ‘자강론’이 부딪치면서 균열은 더 심화하고 있다.

당권 주자들이 당의 비전과 포부를 밝히는 등 전대 출마를 위해 기지개를 켜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 시기다. 전대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데다 정기국회 막판 여야가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두고 맞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종부세법 등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과제 법안은 틀어막으며 ‘맞불 법안’들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예산안도 ‘이재명표’ 공약 부활 또는 증액을 밀어붙이며 정부 편성권까지 침해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만약 법안과 예산안이 야당 뜻대로 된다면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국정 운영이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 민주당도 계파 간 대립이 있지만, 예산과 법안만큼은 한 몸이 돼 정부에 태클을 걸고 있다. 이런 거여(巨與) 앞에 국민의힘은 똘똘 뭉쳐 국정 뒷받침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분열 양상을 보이니 집권 여당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높다면 여론에 기댈 수 있지만, 그렇지도 못한 형편이다. 난관을 돌파할 뚜렷한 협상 전략도 보이지 않고, 즉흥적 대처에 ‘야당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만 내세울 뿐이다. 고질적인 ‘웰빙 체질’ 그대로다. 이미 국민의힘은 집권 직후 집안싸움을 하느라 수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선거에 연승한 정당이 두 번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것도 비정상적이다. 그런데도 정권 명운이 걸린 중대한 시기에 여전히 ‘비상’은 안 보이고 ‘당권 잿밥’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