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자회견도 없이 지나간 이재명 대표의 취임 100일
“지난 100일간 민주당은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 왔습니다.(…)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자신의 ‘취임 100일’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00일’과 대비해 민주당은 ‘민생’에, 윤 대통령은 ‘야당 파괴’에 힘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줄곧 내세운 ‘민생’ 키워드를 부각해 자신에게 드리워진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유능한 대안 야당’을 전면에 내세우며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됐던 이 대표는 그동안 당 대표들이 관례적으로 해온 기자간담회도 열지 못한 채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전임인 송영길, 이낙연 전 대표가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와 앞으로의 구상을 밝혔던 것과 대조된다.

당에선 ‘대장동 사건 등 사법리스크 관련 질문을 받지 않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취지는 아니다. 잘못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 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은 물론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달변가(達辯家)이자 다변가(多辯家)인 이 대표는 취임 후 제대로 된 현안 간담회를 한 적이 없다. 지난 10월 21일 한 차례 있었던 기자회견은 ‘대장동 의혹’ 관련 특검을 공식 제안하는 자리였을 뿐, 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100일간 단 한 차례도 공식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건 그가 유일하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민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4일에도 SNS에 한국계 미 하원의원들에게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관련 서한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민생 우선’ 메시지를 강조했다. 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됐을 때도 “민생을 지키는 야당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민생을 외쳐도 사법리스크에 묻히는 형국이다. 취임 100일에도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다”(정청래 최고위원), “윤석열 정권의 무능력과 실정을 가리기 위한 정적 제거와 정치 탄압은 결국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박찬대 최고위원)고 발언해 당 전체가 이 대표 ‘방어’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