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연대의 도를 넘은 파업에 대응해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업무개시명령 검토’ 착수 사실을 알린 데 이어 대통령실은 ‘명령 불응 시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발동된다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지만 그 정당성은 차고 넘친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업무개시명령 조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집단 거부해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때’로 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 주장은 ‘특혜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도입 후 임금이 28% 올랐지만 사고가 8% 늘고 사망자도 42% 급증한 점 역시 안전운임제의 허상을 보여준다.

이번 집단운송거부는 본질적으로 노동법으로 보호받는 파업도 아니다. 화물연대는 정식 노조가 아니라 운송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주들의 권익단체에 불과하다. 국민 경제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여드레 동안의 집단운송거부로 약 2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모든 산업에 타격을 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피해가 더 클 것이다. 파업 첫날에만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량이 60% 급감하고, 시멘트 출하량은 예정량의 20분의 1로 추락했다.

모처럼 발 빠른 원칙 대응이 다행스럽지만 경계할 점은 또 엄포로 마무리하고 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6월 파업 때도 정부는 운송거부 개시 전부터 ‘엄단’ ‘무관용’ ‘손해배상’을 강조했다. 또 ‘업무개시명령’ ‘운송면허 취소’까지 언급했지만 결과는 정부의 대폭 양보와 화물연대의 일방적 승리였다. 당시 출범 한 달도 채 안 된 정부의 물러터진 대응은 이후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화물연대 재파업이라는 악순환을 불렀다.

정치파업 혐의가 짙은 이번 파업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노동개혁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는 야당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일몰 3년 연장’이라는 정부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번에야말로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집단행동까지 시작됐고, 내년 성장률은 1.7%로 추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또 어설픈 합의와 어중간한 봉합으로 끝난다면 남은 임기 내내 재발과 악화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