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은 어제 공개 담화에서 한·미 독자 제재 추진에 반발하며 서울을 공격 과녁으로 지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천치바보’라고 조롱했다. 또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도 했다. 남측 일각에서 ‘윤석열 퇴진’ 주장이 나오는 것과 맞물려 정권 반대 투쟁에 나서라고 선동한 것이다.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는 말도 남남 갈등 조장, 노골적인 대남 핵 위협이다.

김여정의 주장은 억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한·미 연합훈련과 제재 추진은 북한의 끝없는 미사일 협박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적대 행위 전면 중단’을 담은 2018년 남북 군사합의서를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탄도미사일 도발, 포사격 등으로 휴지 조각으로 만든 장본인도 북한이다. 그래 놓고 긴장 고조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것은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다. 북한의 막말도 습관성이 됐다.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과 우리 당국자를 향해 삶은 소대가리, 앙천대소, 겁먹은 개, 미국산 앵무새, 미친놈, 쓰레기, 저능 등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망언을 쏟아냈다. 더 어이없는 일은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항의 한 번 안 한 것이다. 한 번 길을 잘못 들여놓으니 북한의 이런 무도함이 끝이 없다.

이젠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못된 언행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강력한 경고가 필요하다. 제재를 빌미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만반의 대비도 갖춰야 한다. 서울을 콕 집어 핵 타격 목표로 한 것은 특히 우려스럽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반응은 실망스럽다. 통일부는 담화나 성명도 아닌 ‘입장’을 통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에 그쳤다. 남남 갈등 조장 의도에 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나, 북한의 기만 더 키워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