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연의 논점과 관점] 차이나런, 강건너 불 아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반전은 극적이다. 달러당 1500원 돌파도 시간문제처럼 보였던 원화가치가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후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Fed가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소위 피벗(정책 방향 선회) 기대감이 작용했지만, 원화가치 상승 폭이 다른 아시아 주요국보다 큰 데엔 글로벌 투자 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 소위 ‘차이나런’이 가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례 없던 3연임 확정 이후 중국의 체제 리스크를 우려한 글로벌 자금 중 일부가 한국으로 유입돼 원화가치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中 자본유출 '양날의 칼'

차이나런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공장과 자본이 국내로 대거 유입되면서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다. 동아시아 금융허브로 홍콩 위상이 약화하면서 한국이 호기를 맞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해외 투자자 반응은 회의적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와 간섭에 질식해 현지에서 빠져나온 공장은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체제 불확실성에 홍콩을 탈출한 자금은 싱가포르로 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한국의 수혜 가능성에 대해선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불안한 국가 안보 상황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법인세, 5000개가 넘는 경제 형벌이 있을 정도로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규제 공화국이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현실이다. 세계 최악 수준의 경직된 노동시장은 또 어떤가. 그런데도 노조의 불법 투쟁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이는 게 정치권 행태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1 투자환경 보고서’에서 이런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보고서는 한국의 규제 불투명성, 예상치 못한 규제 변경, 경직된 노동 정책 등을 투자 걸림돌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경영자는 회사의 모든 행위에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때로는 회사의 법규 위반으로 인해 체포되거나 기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코리아런 우려해야 할 판

이처럼 척박한 투자 환경을 무릅쓰고 한국에 들어올 자본이 있을까. 오히려 국내에 있는 기업과 돈도 밖으로 내모는 판이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처음 거론된 2016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연평균 129억달러인 데 비해 해외로 나간 FDI 자금은 3배나 많은 389억달러에 달했다.

미국과의 신냉전, 대만에 대한 무력 공격 가능성, 경제 성장률 급락과 부동산 거품 붕괴 등 중국발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원화가치가 덩달아 급락한 것은 불안한 전조다.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 한국 시장은 중국과 커플링(동조화)돼 있다. 한국이 규제 철폐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투자 매력도를 높이지 않는 한 차이나런은 기회는커녕 잠재적 위기일 뿐이다. 중국과의 차별화에 실패한다면 오히려 코리아런으로 이어져 시장 하락과 금융 불안을 몰고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