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영국의 국제 여론조사업체인 유고브 선정 ‘글로벌 최고 브랜드’에서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은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삼성전자는 계속 수위를 차지해온 구글을 큰 평점 차로 제치고 올해 1위가 됐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해가는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중동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콧대 높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을 제치고 한국 기업인들과 자국의 초대형 발전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닦아온 ‘일류 대한민국’ 이미지는 ‘K시리즈 한류’로 다방면에서 한 단계 성숙해가고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개막공연에서 BTS의 정국이 대회 주제가를 불러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것도 대단했다.

반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한참 뒤처져 있다. 글로벌 브랜드 전문업체인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3위(2021년)다. 독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이 차지한 상위권에 아시아에서는 일본(4위)이 들어 있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파이낸스의 국내총생산(GDP) 위주 평가에서는 한국이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떻든 주목할 점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기업이 피땀으로 쌓아 올린 이미지와 브랜드에 사실상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지럽기조차 한 국내 사회상을 보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앞으로도 오를 것 같지 않다. 우격다짐과 비상식, 생떼에 품위라고는 없는 진영 간 진흙싸움은 여의도와 정치권만의 적폐가 아니다. 지난 주말에도 서울 도심의 광장과 거리는 두 편으로 나뉜 채 집단 세싸움 장이 돼 버렸다. 정치가 갈등 수렴과 통합을 이뤄내기는커녕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국의 품격을 앞서 갉아먹는 딱한 현실이다.

글로벌 톱10에 드는 도시의 이런 풍경은 실시간으로 세계 각지에 전해진다. 대한민국과 서울이 그런 ‘글로벌 뉴스메이커’가 된 사실을 정치권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기업인들은 속으로 “지원·육성책 다 좋은데, 제발 안에서 국가 이미지 깎아먹는 추태나 그만하라”고 절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