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알파 세대 교육법과 AI 코딩
교육제도와 관행의 변화는 아이들보다 부모 세대의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 논란을 제외하면 부모 세대가 교육제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이 생각하는 자녀교육 성공은 명문대 합격이었다. 모든 교육제도와 관행이 명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명문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자녀교육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0년 22.1%에서 지난해 8.7%로 뚝 떨어졌다.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를 꼽은 비율은 13.5%에서 23.7%로 크게 늘었다.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25.8%)는 응답 다음이었고,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22.5%)는 답변보다도 높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를 흔히들 ‘알파 세대’라고 부른다. 몇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개념이다.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로 X세대, Y세대(밀레니얼 세대), Z세대의 뒤를 잇는다. Z 다음 알파벳이 없어 처음으로 돌아간 것인데, A세대가 아니라 알파 세대로 부르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종족이란 의미가 있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함께한 첫 세대다. 여덟 살만 되면 부모 세대보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외에 알파 세대의 또 다른 특징으론 자기 중심성이 꼽힌다. 각자 세상의 주인공이다. 형제자매가 줄고 외동이 많아진 영향이 클 것이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개인의 개성과 다름을 존중하는 추세가 확산해 왔다. 여기에 틱톡 등 SNS는 누구나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기회를 제공했다. 요즘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뭐든 한 분야에서 특출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교육 행사에서도 알파 세대의 이 같은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선 AI캠프가 열린다. KT와 한경이 초등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하는 4주간의 무료 프로그램이다. 기초적인 인공지능(AI) 개념부터 시작해 컴퓨터로 직접 블록 코딩을 해보고, 사물인터넷(IoT) 교구를 이용해 모형차를 움직이는 등의 활동을 한다. 참가 학생들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이른바 ‘알파 세대’의 고령층에 속하는 아이들이다. 하루 4시간이나 되는 수업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직접 컴퓨터로 블록 코딩을 해보고 IoT 교구를 이용해 모형차도 움직이면서 재미있어한다. 대구와 동해에서 KTX를 타고 매번 참석하는 학생도 있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벤트다.

아이가 특별한 재능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없다고 고민이라는 학부모도 많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은 계속 바뀌고, 어느 순간 주어진 조건에서 선택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 자본과 기초소양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알파 세대에게는 기존 국영수에 코딩을 더한 ‘국영수코’가 기초소양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코딩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과 AI에 대한 이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창의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리고 자신이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선택력을 길러주는 교육. 아이들이 커서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