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협력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직접적인 계기는 사우디가 추진 중인 미래형 산업·주거·관광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이다.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들여 사막과 산악지역에 서울의 44배 넓이인 2만6500㎡ 인공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건설사는 물론 모빌리티·정보통신기술(ICT)·스마트팜·에너지·철강·문화 등 광범위한 업종에 기회가 열려 있어 벌써부터 ‘제2 중동 특수’ 기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민관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원팀 코리아’를 기본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포스코 한국전력 등 5개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에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그린수소 공장을 짓기로 했다. 국내 주요 건설·에너지 기업이 ‘원팀’으로 뭉친 것인데,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17일 방한에 맞춰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달 초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2개 대기업·공기업으로 구성된 수주지원단을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해 수주전을 펼쳤다. 방산·원전 분야 협력 가능성도 크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라 네옴시티 외에도 메가프로젝트가 잇따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국내 기업인들과 그의 만남이 주목되는 이유다.

사우디는 1973년 우리 건설업이 중동 지역에 처음 진출한 국가이자 해외 누적 수주액(1551억달러) 1위국이다. 사우디 대형 프로젝트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코리아 퍼스트”라며 한국 기업 진출을 반긴다고 한다. 하지만 중동 특수가 그냥 오는 건 아니다. 첨단 프로젝트인 만큼 남보다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로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