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매년 11조2000억원의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기로 했다. 8조원의 기존 대학 지원 예산을 특별회계로 돌리고,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배분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3조2000억원을 대학에 나눠주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교육교부금 칸막이와 교육 분야 간 투자 불균형으로 대학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교육 재정의 효율적 운용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초·중·고교에 가는 교부금을 쪼개 재정난을 겪는 지방대학 등에 준다는 것은 타당성도 없거니와 법 취지 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부실대학 구조조정만 방해할 뿐이다. 학생 수 급감과 수도권 대학 선호, 14년째 묶인 등록금 등의 여파로 지방대가 소멸 위기에 처한 건 맞다. 그렇다고 교부금을 찔끔 떼어준다는 발상엔 동의하기 힘들다. 이미 자생력을 잃은 대학에 인공호흡기를 달아 연명시키는 꼴이다.

정작 시급한 건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교육청에 배정토록 한 교육교부금법을 고쳐 학령인구 감소에 맞게 교부세율을 낮추는 일이다. 복합경제 위기 속에 한정된 국가 재정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기에도 빠듯한데, 언제까지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제도를 방치할 텐가. 매년 늘어나는 ‘눈먼 돈’을 소진하느라 물 쓰듯 퍼주기를 하고도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해 미처 못 쓴 채 쌓아둔 돈만 6조6000억여원에 달한다. 올해 교육교부금 예산은 역대 최대인 81조원 규모인데, 2050년엔 134조원에 달할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다봤다. 반면 2020년 548만 명이던 학령인구(초·중·고교생)는 2050년 368만 명으로 줄어든다. KDI는 학생 수 감소를 반영해 교부금 제도를 개편하면 매년 25조원, 40년간 1000조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런데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교육계와 학부모 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교부금법 개정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교육철학과 이념을 떠나 ‘밥그릇 지키기’에 대동단결한 보수·진보 교육감과 교원단체인 교총·전교조 등을 의식해 손도 못 대고 있으니 이런 게 ‘표퓰리즘’이 아니면 뭔가.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육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연금, 노동개혁과 함께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의 핵심인 대학 구조조정 로드맵이 있기나 한지 묻고 싶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부른 ‘만 5세 입학 논란’ 등 교육 현안의 민감성에 위축돼 개혁 의지가 실종된 게 아닌지 걱정된다. 인공지능(AI)이 일상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학제 및 교육과정 개편, 대학 혁신 등 교육개혁은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