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포츠 선수의 정년
미국 프로복서 조지 포먼(73)은 1977년 신예 선수와 12라운드 경기에서 판정패하고 심장마비까지 겪었다. 이후 링을 떠나 개신교 목사가 된 그는 자선활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성기가 한참 지난 38세에 현역으로 복귀했다. 무려 10년 만에 돌아온 포먼은 불혹을 넘기고도 KO 행진을 이어갔다. 마침내 1994년 26살의 마이클 무어러를 10회 KO로 꺾고 IBF·WBA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다시 맸다. 그의 나이 45세. 무함마드 알리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타이틀을 빼앗긴 지 20년 만이었다. 포먼은 그뒤로도 3년을 더 링에서 싸우다 은퇴했다.

스포츠 선수에겐 기량과 경험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하다. 종목별 차이는 있지만 전성기가 뚜렷이 존재하는 이유다. 대개 10대에 운동을 시작해 20대에 전성기를 누리고 30대에 접어들면 하향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먼이 보여주듯 선수에겐 정해진 은퇴 나이란 없다. 극한의 체력을 요하는 종목에서도 불혹을 넘긴 ‘노익장 선수’가 적지 않다.

지난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최고령 선수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0).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여덟 번째 올림픽에 참가한 그는 올림픽 메달만 9개(금 5, 은 2, 동 2)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신동’ 신유빈(18)은 무려 41살 위의 니시아렌(59·룩셈부르크)을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

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는 지난 7일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을 제패해 지난 2월 자신이 세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랑거는 18살 때부터 스윙 코치의 가르침을 직접 적은 노트를 지금도 골프백에 넣고 다닌다고 한다. 최경주는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드라이버도 30야드 더 멀리 치는 ‘랑거 형님’이 제일 무서운 선수”라고 했다. 같은 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불혹의 김강민(SSG 랜더스)이 9회말 대타로 나와 역전 3점 끝내기 홈런을 쳤다. 그리고 어제 팀의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의 승리다. 노익장 만세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