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감소한 524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10월 3.9% 줄어든 이후 2년 만의 뒷걸음질이다. 반면 수입은 갈수록 늘어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행진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 적자 기록인 데다 그 폭도 커지는 추세여서 올해 14년 만에 연간 기준 적자가 확실시된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출 내역을 보면 암울하다. 15대 품목 중 4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마이너스다. 특히 수출 대들보인 반도체(-17.4%)와 석유화학(-25.5%), 철강(-20.8%) 등의 감소폭이 커 이러다가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중국 봉쇄, 인플레이션 등으로 글로벌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주력 제품 수출 감소는 연관 산업에 주는 타격이 커 경기 침체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을 돌아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기업 노력만으로는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법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마땅하나 거꾸로 가고 있다. 시설투자세액공제 확대, 인재 양성 등을 담은 반도체지원특별법만 하더라도 지난 8월 초 국회에 제출된 이후 ‘초대기업에 특혜’라는 거대 야당의 소극적 자세 등으로 3개월 동안 먼지만 쌓여 있다. 경쟁국들은 파격적 지원으로 경쟁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우리만 늑장을 부리고 있어 답답하다.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선 감세 정책의 낙수효과가 입증됐는데도 야당은 ‘초부자 감세’ 프레임을 걸어 막아서고 있다. 정기국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조세소위 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다투는 바람에 그나마 법안 심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한심한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야당을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일 어떤 전략과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핵심 정책인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선 국회에서 뒷받침하기는커녕 정기국회 중점 추진 10대 법안에서 아예 제외해 버렸다. 대신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납품단가연동제와 아동수당 확대 등 선심성 정책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정치권은 지금 최소한의 위기의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