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시 불안 해소할 '배당 개혁'
증권시장 위축으로 자금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1월에서 9월 사이 시가총액이 443조원 급감했다. 고객예탁금은 20조9000억원 증발했다. 신규 상장은 전년 대비 26% 줄었다. 한계기업은 물론 정상기업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채권시장 마비와 맞물려 경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의 과실을 전향적으로 나누는 배당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의 효과는 세 가지다. 첫째, 증시를 안정시킨다. 자금 압박이 적고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고 배당주기를 단축하면 투자심리를 되살릴 것이다. 약세장에서 고배당주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주가가 내려가면 기대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 배당수익은 시세차익과 달리 변동성이 낮다. 골드만삭스 등 굴지의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복합 불황이 예상되는 내년 고배당주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둘째, 경영권 방어를 돕는다. 외부 세력의 ‘기업 흔들기’에 대처하려면 능동적인 주주환원 조치가 필요하다. 거세지는 외국인 투자자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도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ESG 투자 확산 이후 공세는 더 거칠어졌다. 일반주주들을 부추겨 의결권 대결에 나선다. 물적 분할을 막고 인수합병을 저지한다. 이들에 맞서려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셋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완화한다. 배당 개선은 주식 제값 받기에 한몫한다. 우리나라 주식은 고질적으로 저평가돼 왔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짠물 배당’이다. 우리 기업의 배당성향은 다른 나라 기업보다 크게 낮다. 금융데이터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배당수익률은 1.52%에 그쳤다. MSCI지수에 편입된 25개국 가운데 23위다. 금융투자 선진국이 되려면 배당 선진화가 절실하다.

단, 개혁에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강요하는 억지 배당은 경영 자율성을 해친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존립을 위협한다. 유인책이 요구된다. 이익이 적은 해에 배당하기 위해 설정하는 배당평균적립금을 손금으로 처리하고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배당소득세를 낮춰야 한다. 과도하게 높은 세율이 배당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둘째, 소액주주의 이익이 중시돼야 한다. 개미투자자가 늘며 지난해 주식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을 외면한 정책은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2015년 도입한 배당소득증대세제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 제도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 2년 뒤 폐지됐다. 기업공개촉진법의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1972년 제정된 이 법은 민간 배당을 대폭 늘리고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배당을 차별했다.

셋째, 적극적인 계도가 요구된다. 국민에게 배당주 투자의 혜택을 알려야 한다. 우수 배당 기업을 가려내는 능력을 갖추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 투자의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을 다변화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 및 보험기관들의 자금 운용에 기여해야 한다. 당면한 증시 불안은 방치할 경우 더 큰 파국을 낳을 수 있다. 자본시장을 마비시켜 실물경제를 악화하고 경기 침체가 다시 증시 패닉을 낳는 악순환을 발현할 수 있다. 배당 개선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제공한다. “금융위기는 혁신의 디딤돌”이라는 니얼 퍼거슨 전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을 상기해야 한다. 개혁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