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심야택시 대란, 택시요금의 문제다
연일 계속되는 심야택시 승차난에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칼을 빼 들었다. ‘심야택시난 완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대책에선 이틀 일하고 하루 쉬어야 하는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법인택시 취업절차를 간소화하고, 심야시간 파트타임 택시기사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핵심은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택시를 잡을 때 호출료를 현행 3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올려 택시기사의 수입을 늘리겠다는 데 있다. 서울시가 인상한 기본요금과 심야 할증률을 더하면 심야시간대 서울 택시비는 기본 1만원부터 시작하게 된다.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번 호출료 인상을 연말까지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데다 인상된 호출료도 전액 기사 몫이 아니라 플랫폼 업체와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정도 유인책으론 배달, 택배업으로 이탈한 기사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무리 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경제 주체는 더 많은 수익을 향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외면하면 먹혀들지 않는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밤에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단편적 현상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에 그치고, 그나마도 문제의 근본 원인인 택시기사의 수익구조 개선에는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1인 고급 운송수단으로서 택시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수년째 누적돼 온 저임금에 택시업계는 젊은 인력은 들어오지 않고 나이 든 사람만 남아 있는, 업계의 평균 연령이 60대가 넘는 노인들의 산업이 돼버린 지 오래다. 획기적으로 벌이가 늘어나지 않으면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렵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이토록 자주,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8% 수준인 저렴한 택시요금이 있다. 과감한 요금 인상을 통한 기사 수입의 획기적 증가와 서비스 고급화를 통해 기존의 택시 수요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흡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최근의 심야택시난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택시기사의 연매출이 평균 3000만원인데 퀵, 배달대행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의 연매출은 3배 수준인 9000만원에 달한다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 결과는 택시난이 구조적, 만성적인 현상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만성적이고 기형적인 수익구조를 견디다 못해 택시기사들이 이탈했고 그 자리를 타다, 우버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운송사업들이 채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 역시 혁신이란 구호 아래 상생보다는 무임승차 논란을 자초했다. 그때마다 기존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밀려났다. 정치권은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방관하고 있다.

이 문제는 혁신산업과 기존 산업의 충돌도 아니고 택시회사와 모빌리티 플랫폼의 이기심 발로도 아니다. 철저히 이 문제는 택시기사의 문제다. 정확히 말하면 택시기사의 수입 문제다. 우리나라만큼 대중교통 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택시가 버스, 지하철과 같은 수요를 놓고 경쟁하게 해선 답이 없다. 대중교통의 공공예산 투입까지 하는 환경 속에서는 택시는 비싼 요금을 기꺼이 내고 질 좋은 서비스를 홀로 누리려는 사람들, 어쩌다 한번 중요한 날을 맞아 가끔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싼 운송수단이 돼야 한다. 적극적인 감차 대책과 과감한 요금 인상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