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AI 교육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최근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의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특별판 서문이 화제가 됐다. 서문 도입부에 실린 인공지능(AI)이 쓴 글 때문이었다. GPT-3라는 AI가 ‘하리리처럼 써달라’는 주문을 받고 그의 책과 논문, 인터뷰를 비롯해 온라인에 떠도는 글을 ‘학습’해 작성했다. 허술한 구석이 있지만 하리리 교수조차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그럴듯했다.

A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때였다. 당시 알파고는 4승1패로 이세돌 9단을 이겼다. 기계가 학습을 통해 복잡한 수를 쓰는 바둑에서 인간을 능가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아리아, 기가지니, 시리, 빅스비와 같은 AI 기반 음성인식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구글 번역기나 네이버 파파고는 해외에 나갈 때 든든한 친구다. 물론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얼마 전엔 AI 그림 앱에 상류로 헤엄치는 연어를 그려 달라고 했더니 마트에서 파는 선홍색 연어 필렛이 강물에 줄지어 떠 있는 괴상한 그림이 결과물로 나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기술의 발달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인간은 AI를 활용하며 AI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AI가 고도화하고 확산할수록 생산성 향상이란 긍정적 측면과 함께 단순노동의 대체, 윤리적인 문제 등 많은 이슈도 따라 등장할 것이다.

큰 변화의 시기엔 늘 도전과 기회가 함께 온다. 이럴 땐 얼마나 빨리 그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느냐가 중요하다. 한 나라 차원에선 국가 경쟁력에 관한 문제이고, 개개인에겐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래의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역량을 비판적 사고와 같은 인지적 역량, 공감력 등 인간관계, 성취감과 기업가 정신을 포함하는 자기 리더십, 그리고 디지털 시스템 이해 등 디지털 역량 4개 분야로 나눠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15개국 1만8000명 대상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는데, 현재 상태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디지털 역량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정보기술(IT)업종뿐 아니라 금융, 제조업을 망라해 디지털 이해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차별화한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하다. AI와 ‘소통’하며 함께 일해야 하는 세상이 오면 AI 이해력이 취업과 창업 기회, 급여와 직업 만족도, 심지어 노후 생활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몇 년 전 코딩 교육 바람이 불었을 때,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들게 하자’는 슬로건이 유행했다. 그 바람에 코딩을 접하고 적성에 맞아 코딩 능력을 키운 학생들은 지금 진로 선택이나 일자리를 찾는 데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 개발자가 될 순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AI 교육은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제작 기술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AI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각 분야에 활용할 줄 아는 AI 리터러시는 미래를 살아갈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초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가르칠 교사가 부족해서, 대학 입시와 동떨어져서, 다른 교과목 수업시간을 줄여야 해서 등등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 AI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더 늦추기 어렵다. 그리고 현실적 난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역설적이지만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