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의 스타트업 생생스토리] 스타트업 창업자와 사기꾼
‘아들을 빌 게이츠 딸과 결혼시키는 방법’이라는 글이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다.

아버지는 먼저 빌 게이츠를 찾아가 제안한다. “당신의 딸과 내 아들을 결혼시키고자 합니다.”

게이츠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하며 “당신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요?”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대뜸 “내 아들은 월드뱅크 CEO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게이츠는 “그래요? 그럼 좋습니다”라고 수락했다.

아버지는 바로 월드뱅크 회장을 찾아갔다. “내 아들을 월드뱅크 CEO로 임명해 주시오”라고 요청했다.

월드뱅크 사장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아버지는 “내 아들은 빌 게이츠 사위요”라고 했다. 그러자 월드뱅크 회장은 “그럼 좋습니다”라고 수락했다. 이제 결혼식만 치르면 아들은 빌 게이츠의 사위이자 월드뱅크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장영재의 스타트업 생생스토리] 스타트업 창업자와 사기꾼

대규모 투자 유치는 숙명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지만,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그리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스타트업의 무거운 본질을 의미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일반 사업과 가장 큰 차이는 대규모 투자 자본을 통해 고속 성장하는 것이다. 사업 매출에서 나온 잉여 이익으로 조금씩 사업을 확장하는 일반 사업과 달리 스타트업은 대규모 벤처캐피털(VC) 투자를 기반으로 급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아직 시장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나 아직 확보되지 않은 고객을 담보로 대규모 모험 자본을 투자받아 성장하는 모델이다. 결국 ‘아들을 빌 게이츠 사위 만들기’와 같은 맥락으로 사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고객에게는 “대규모 투자사가 우리 기술을 믿고 투자하기로 했소”라며 기술 개발 가능성을 어필하고, 반대로 투자자에겐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 개발되면 구매하기로 했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로켓을 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짓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절벽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충돌하기 전까지 로켓을 완성하고 연료(투자금)를 받아야 살아남는다. 일단 살아나면 진짜 로켓으로 비상하게 된다.

도전정신 평가절하 안 되길

스타트업의 특성이 이렇다 보니 기존 전통적인 시장의 경쟁자들은 이를 곱게 보지 않는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기술로 저렇게 투자받아서 어쩌려고 그래? 사기꾼 아냐? 비판을 넘어 비아냥과 조롱이 일색일 경우도 허다하다. 요즘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일론 머스크도 한때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여겨졌다. 100년 넘은 내연기관 자동차 역사에 도전해 결국 전기차 패러다임을 성공적으로 개척했지만, 테슬라가 주도한 전기차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불과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한때 뉴스와 미디어가 머스크와 테슬라에 대해 늘 가혹한 평가를 내리며 비난해 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전통적인 유통사들과 경쟁해 짧은 시간 급성장한 쿠팡 또한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비난의 표적이었다. “쿠팡이 언제 망하나 보자”란 말은 쿠팡이 상장하기 직전까지 유통업계에 돌던 말이었다. 마켓컬리를 창업해 고품격 온라인 신선식품 문화를 창조한 컬리의 김슬아 대표도 늘 악성 뉴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마켓컬리 인사이트>란 책을 펴내며 창업의 진정성을 어필했을까.

결국 스타트업 창업자는 사업의 본질상 사방에서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 일단 된다고 선언하고 되게 해야 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다 보니 결과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사기꾼 소리 듣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더구나 전통적인 플레이어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다 보니 이런 사기꾼 소리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최근 스타트업이 많이 위축되고, 급성장한 스타트업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도전정신마저 평가절하해 겨우 마련된 생태계가 위축되고 파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