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카오 먹통 사태, 정치권 갑질·규제 강화 빌미 돼선 안 된다
물론 카카오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를 운용하면서도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아 화재 한 번에 메신저부터 택시·결제·음악 등 서비스가 올스톱하는 재앙을 불러왔으니 무슨 말로 변명할 수 있겠나. 사고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 독자 데이터센터 구축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카카오에 책임을 묻는 것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 강화를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카카오는 엄연한 민간기업이다. 서비스 불통에 따른 피해는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따진 배상으로, 불안정한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평가와 선택으로 책임지면 될 일이다. 사고 후 많은 이용자가 라인이나 텔레그램(메신저), 우티(택시 호출) 등으로 옮겨탔다고 한다. 그렇게 시장은 움직이는 것이다.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시설에 포함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 추진하는 게 옳다. 현재 SK C&C와 네이버 등이 운영하는 민간 데이터센터는 정부로부터 전파 배분 등의 지원을 받고 관리 감독까지 받는 통신사들의 경우와 다르다. 또 이들을 공익 목적으로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다른 외국 포털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답은 경쟁 강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규제 강화 대신 시장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자연스럽다. 가뜩이나 한국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를 만들어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오잉크(Only IN Korea)’라는 빈축을 받는 처지다. 국민적 분노에 편승해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실책을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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