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촘촘한 예술가 지원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어. 나 좀 도와줘.”

무인 점포가 늘면서 들려오는 소리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점차 일상화되는 원인도 있겠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 설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얼리어답터가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에게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현상을 이르는 ‘노인 키오스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정보기술(IT)의 발전에 따른 사각지대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 5월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5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기술 이용 수준은 43.1점으로 전체 평균 대비 32.7%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단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해야 하는 시니어의 고민이 매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서울시나 정부 등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지원사업의 사례에서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필요한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 제출하던 것이 정보 플랫폼에 자료를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애를 먹고 있는 시니어가 늘어났다. 평생 문화예술 현장에서 뛰어온 노하우가 정점에 쌓일 무렵 IT라는 진입장벽에 막혀 베테랑의 커리어가 답보상태에 머물게 된 것이다. 이런 사각지대는 장년층뿐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필드에 나왔지만 활동 경력이 부족해 지원사업 서류의 첫 줄을 채우지 못해 매번 낙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년과 원로처럼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를 위한 정책은 공공기관에 늘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2023년에 진행할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 통합공모’를 발표했다. 몇 해 전 우리는 작품에서 예술가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대대적인 지원사업을 개편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선 고민들처럼 경력단계별 지원 기회를 얻지 못하는 청년과 원로를 배려해 더욱 촘촘한 예술 지원 체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올해 개선한 골자는 ‘그물망 예술 지원 체계’다. 예술인의 활동 경력에 따라 신진-유망-중견 등 경력단계별 트랙을 나눠 지원하는 기존 지원 체계에서 청년과 원로 분야를 신설해 지원의 틈새를 메운 것이다.

코로나19가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연장을 비롯해 축제 현장에는 예술가와 관람객들의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새롭게 시작할 7만여 명(2021 예술인실태조사 기준)의 예술가들도 본격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기에 분주할 시기다.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처럼 2023년의 문화예술계를 빛낼 현장의 예술가들이 안정적이며 예측가능한 창작활동을 조성하는데 우리가 내놓은 '그물망 예술지원체계'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