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표의 중국경제 보기] 중국에서도 확산되는 ESG 경영
최근 들어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공중위생,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 각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어젠다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ESG는 최근 중국에서도 떠오르는 화두다. 하지만 중국인들과 기업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사뭇 다르다. 길어지는 제로(0) 코로나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중국 기업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들이 ESG 경영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국 전문기관이 중국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한 결과를 봐도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지 않다. 2021년 4분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시행한 중국 기업 ESG 평가 보고서를 보면, 202개 국유기업 중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기업이 총 7개 등급 중 3등급에 해당하는 A등급에 그치고, B등급과 CCC 등급이 63.9%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A주 상장사의 4분의 3이 ESG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으며, 제출된 ESG 보고서도 품질 면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ESG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삼일PWC가 발표한 ‘글로벌 컨슈머 인사이트 서베이 2021’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중국 소비자 중 70% 이상이 환경친화적 포장, 친환경 분해 가능 제품, 친환경 회사의 제품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 ‘그렇다’고 답해 타국가 평균(54%) 대비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회·경제적 위기가 닥칠수록 ESG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사회적 목소리는 높아질 수 있다. 류쉐신 중국 ESG연구원장은 ‘ESG는 일련의 지속가능한 발전 이념과 방법이며, 그 중심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기업, 공익기구는 물론 개인도 이 사고방식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 ESG 경영은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계획 중인 기업 모두에 핵심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에서 ESG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 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도 환경에 대한 규제 자체는 중국이 한국보다 엄격한 부분이 있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경제 성장에 매진해 온 중국은 이제 ‘녹색 고양이’를 찾는다. 특히 지난해 ‘2030년 탄소피크, 206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앞으로 강도 높은 규제 고삐를 조일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환경 경영은 우리 기업이 첫 번째로 관심을 갖고 중시해야 할 분야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은 한국 기업이 앞서 나가는 분야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특성상 접근과 해법이 모호하다. 지금 당장은 환경과 사회 두 분야에 비해 관심도도 덜한 상황이다. 하지만 점차 이 문제가 이슈화될 상황에 대비해 지배구조 개선과 변화를 위한 계획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한편 다른 분야에서 잘해도 언론에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낮은 평가는 물론 등급 자체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ESG 전환과 추진 과정에서 수반될 비용적인 부분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시카고학파의 영수이자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밀턴 프리드먼은 재무적 이익에만 집중하지 않으면 기업 성과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반면 지속가능 성장론자들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기업이 오히려 기업 성과가 좋다고 주장한다. 서로 각을 세우는 모양새지만, 기업의 존재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익 극대화와 지속가능 성장에 바탕을 둔 ESG 경영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중국에서의 기업 경영은 재무적 성과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기업의 주요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ESG를 바라보고 중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