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전 단계인 관찰대상에 올랐다. WGBI는 세계 채권운용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장 많이 따르는 세계 최고 채권지수다. 한국 국채가 이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의 한국 채권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외국인 자금 유출입을 줄여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어제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8원70전 내린 달러당 1430원20전에 마감하며 폭주 양상을 멈춘 데도 이 영향이 컸다.

WGBI를 관리하는 FTSE러셀은 29일(현지시간)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며 “한국 정부가 외국인 국채·통안채 투자 비과세 계획, 외환시장 선진화 방침 등을 발표해 레벨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최소 6개월의 검토 기간을 거쳐 내년 3월이나, 9월 최종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 국채가 지수에 편입되면 연간 50조~60조원의 외국인 국채 투자금이 새로 유입될 전망이다. WGBI를 따르는 세계 투자금이 총 2조5000억달러 규모인데, 한국 국채 비중은 2.0~2.5%에 이를 것이란 계산에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지대 정도로 평가받아온 한국 채권시장이 선진국 클럽으로 묶인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 지수 미편입으로 한국 정부가 원화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금리를 높여야 했던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연간 1조원 안팎의 국고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주목할 부분은 FTSE러셀이 이번에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이유다. 한국은 ‘액면가 기준 국채 발행 잔액 500억달러 이상, S&P 기준 국가신용등급 A- 이상’ 등 정량적 조건에선 지수 편입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글로벌 스탠더드인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2009년 편입 시도가 한 차례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에서 이 부분을 비과세 적용하기로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번 관찰대상국 등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제도와 관행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새삼 얻게 해준다.

WGBI 편입 기회를 이번엔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전대미문의 복합위기 앞에 한국 금융·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이행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