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떠안은 트러스
1940년 5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취임과 동시에 히틀러가 유럽 전역을 공습했다. 이후 취임한 영국 총리 가운데 취임 초기 리즈 트러스 총리와 같은 격랑에 휘말린 총리는 없었다. 영국 최장수 군주의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발표된 트러스의 경제 계획안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주식시장은 휘청거리고, 국채 금리는 치솟고,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처칠과 마찬가지로 트러스는 그를 불신하는 토리당 의원들의 배신을 걱정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도 문제다. 에너지 가격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았다.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

최근 여론에 따르면 트러스의 토리당(보수당)은 노동당에 10%포인트 차이로 밀리고 있다. 트러스는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5년 1월까지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英 신임총리, 험난한 앞날 예고

최근 시장의 패닉은 전적으로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때 영국중앙은행(BOE)은 0.5%포인트밖에 올리지 않았다. 아시아 시장도 폭락했다. 파운드화뿐만 아니라 유로화도 달러 대비 역사적 저점을 시험했다. 투자자들은 영국의 신임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영국 자산을 투매한 것이 아니다.

트러스의 개혁안은 장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이다. 트러스가 제안하는 규제 완화와 감세 등 공급 측면의 개혁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치다.

브렉시트도 문제의 일부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세계화에 대한 베팅이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런던이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러시아와 중국 자본이 밀려들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뒤따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의 디커플링,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등 중진국에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트러스는 유럽연합(EU)으로 복귀, 즉 ‘브리턴’을 막고자 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해 영국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규제 개혁 장기적으론 기회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EU 회원국 가입으로 친영 연합주의자들과 친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은 수십 년 분쟁을 끝낼 수 있었다. 브렉시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북아일랜드만 EU에 잔류하도록 하는 북아일랜드 의정서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분쟁을 두려워하게 된 영국이 의정서를 수정하려 하자 EU는 물론 미국과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트러스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미국, EU와의 무역 마찰이 계속된다면 투자자들은 영국에 대규모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권자는 물론 시장도 트러스의 개혁안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영국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세계 각국의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영국이 공급 개혁을 추진한다면 영국에 대한 투자 매력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존슨 전 총리는 브렉시트를 완료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를 작동시킬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이 과제를 훌륭히 수행한다면 영국은 물론 세계도 더 나아질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Liz Truss’s Big Gamble on the U.K. Econom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