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하면서 금융당국이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 준비에 착수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공매도 금지 카드까지 꺼내 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증안펀드는 이름 그대로 단기 자금을 투입해 증시 하락을 방어하는 특단의 카드다. 지금껏 한국 증시에서 증안펀드를 투입한 것은 1990년 버블 붕괴(증시안정기금),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세 차례뿐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11조원 규모의 증안펀드를 조성했지만 주가가 상승 전환하면서 실제 집행하진 않았다.

이번에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그만큼 시장의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 후 국내 주식시장은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많이 떨어졌다. 수출로 사는 나라에서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점 등이 작용한 결과지만 투자자의 ‘패닉 셀(공포에 의한 투매)’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증안펀드는 시장 자율 기능을 해치고 조성 과정에서 정부가 나서 출자자를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있다.

그럼에도 공포가 주가 급락을 부르고, 급락이 다시 공포를 불러오는 악순환의 패닉 상황에선 심리를 진정시킬 안정제가 필요하다. 회사채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증시마저 얼어붙으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막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20%(지난 27일 기준)를 넘어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으니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고통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증안펀드가 시장에 안정을 줄 수 있도록 적기에 실효성 있게 운용하는 게 관건이다.

공매도 역시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은 당국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공매도가 일방적인 하락장에서 추락을 가속화하는 것도 사실인 만큼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시행하더라도 한시적으로 활용해야 할 ‘비상 카드’다.

당면한 시장 공포에는 당국의 위기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 잡고 있다. 위기 단계에 따라 비상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적기 대응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도 시장 변화에 부화뇌동하다가 “또 개미만 털렸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