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범의 별 헤는 밤] 보현산천문대 '별빛 축제'
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못하던 별빛 축제가 10월 1일부터 사흘간 다시 열린다. 별을 보는 천문대는 유독 불빛에 예민해 별빛 축제라는 말이 참 정겹고 감성을 자극하지만, 축제의 불빛은 상반된 고민거리다. 그래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천문학을 하면서 많이 쓰던 농담 중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 관측은 관측실에 앉아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문학자도 별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많은 천문학자가 아마추어 천문가이기도 하며, 천문학자들이 모이는 천문학회도 천문대 부근 도시에서 열리거나 아니면 별 보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율이 훨씬 높다. 천문학자에게도 큰 망원경을 접할 기회는 의외로 별로 없다. 더군다나 그런 망원경으로 별을 볼 기회는 더 귀하다.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의 관측은 모두 컴퓨터로 이뤄지기 때문에 직접 망원경을 통해 별을 본 천문학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오래전에 보현산천문대 야간 공개 행사를 마치고, 밤 12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었지만 천문대 직원뿐만 아니라 도우미 참가자까지 모두 별을 한번 보겠다고 1.8m 망원경 앞에 다시 줄을 섰던 기억이 생생하다.

천문학은 창의적 아이디어의 산물

그날 찾아왔던 관람객은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다양했고, 주차장에서 망원경이 있는 돔까지 거의 두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러곤 다시 건물 안에서 1.8m 망원경으로 직접 별을 보기 위해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30초 남짓한 별 보기를 즐겼다. 그 시간을 위해 1100m 산꼭대기에서 4월 말과 5월 초의 밤 추위를 견뎌야 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따뜻한 물은 항상 준비했고, 작은 망원경을 몇 대 설치해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다른 천체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천문학과 관련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천문 행사의 분위기를 북돋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두 시간 이상을 버텨내고 별을 본 사람은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던 더 많은 날은 별은 고사하고, 추위와 비로 인해 고생만 하고 돌아갔으니 안타깝기만 했다.
2010년 보현산천문대에서 진행된 별 관측 공개행사.
2010년 보현산천문대에서 진행된 별 관측 공개행사.

과학 축제는 미래 위한 투자

그래도 또 별을 보러 온다. 왜 이리 별 보기를 좋아할까? 천문학을 하는 입장에서도 별빛 축제라는 제목이 참 정겹고, 호기심을 끈다. 때로는 별 보기와는 관계없이 이름만 차용한 축제도 있지만, 보현산천문대의 야간 공개 행사를 이어받은 영천시의 진짜 별을 볼 수 있는 별빛 축제가 벌써 19회째다. 올해 개최되는 별빛 축제는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져서 가을이 됐지만 별 보기가 더 좋다. 날씨 문제를 제외하면 별을 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불빛이다. 그래서 축제 기간의 많은 행사는 낮 동안에 이뤄지고, 별을 보는 행사는 해가 진 뒤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 친구가 가져온 작은 망원경으로 목성을 본 기억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보현산천문대를 찾았던 어린아이들이 새벽잠을 설치고 본 토성의 모습을 성인이 돼서도 이야기한다.

천문학 분야는 최첨단 관측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결과를 얻는다. 외계 행성의 발견이나, 단순히 외부 은하들을 끊임없이 반복 관측해 새로운 초신성을 찾아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아주 특별하지 않은 관측 장비여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낳은 산물이다.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모아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블랙홀을 찍었고, 역시 노벨상을 받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쓰인 m-RNA 기술도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낳은 결과일 것이다.

과학 축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천문학자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별을 한 번 본 아이들은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미래의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선진국으로 올라선 우리나라도 이제는 과학 문화 증진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결국 문화적 성숙함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