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산업 전반에 걸쳐 불황의 그늘이 농후해지지만 국회에는 경제 위기감이 안 보인다.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들의 방어권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노란봉투법’이나 국민 세금으로 과잉 쌀 생산을 영구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같은 포퓰리즘적 법안을 보면 ‘여의도 시계’는 나라 안팎의 다급한 사정과 달리 거꾸로 가고 있다.

우선 산업계는 노란봉투법(노조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불법 파업을 부추기는 차원을 넘어 기업의 재산권과 민형사 방어권을 모두 빼앗는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거듭 국회에 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한사코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양곡관리법도 매년 조 단위 예산으로 과잉 쌀 생산을 정부가 조장하면서 정작 필요한 농업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예상 가능한 온갖 문제점을 다각도로 지적하고, 입법 보류를 거듭 당부·요청해도 오불관언 격이니 안타깝다.

이제 정부와 여당이 전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특히 집권 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대처해 이 엄중한 시기에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제 정부와 국민의힘의 고위급 당정협의회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되지만, 뭔가 부족하고 수세적으로 보인다. 필요하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덕수 총리가 직접 대국민 설득전에 나서야 한다.

여당은 ‘이준석 파동’ 이후 끝없는 내홍으로 국회를 주도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도 출범 몇 달 만에 대통령실이 삐걱거리면서 국정 장악력을 강하게 쥐지 못했다. 새 정부의 개혁과제를 선도할 양축이 지지부진한 사이 야당은 개념도 모호한 ‘민생’을 내세워 입법 폭주를 서슴잖을 태세다. 이재명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를 피하자는 속셈도 다분히 있어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포퓰리즘적 입법 공세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민을 상대로 양대 입법의 부당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런 악법들을 막지 못하면 정부와 여당은 정권교체에 담긴 국민의 명령을 배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