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도어스테핑이 다시 주목되는 이유
정치인의 말과 글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대체로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새로운 발견’이다. 일상이 바쁜 사람이라면 ‘이런 국회의원이 있었나’ 하고 생각할 법한 A의원을 최근 만났다. 입법과 정책에 관한 전문성과 정치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충만해 보였다. 무엇보다 말에 품격이 있었다. “OOO 의원님은…”, “OOO 장관께서는…”. 대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깍듯하게 존칭을 썼다. 물어봤다. “점잖은 것도 좋지만, 언론에 주목받으려면 때론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느냐”고. 그는 “기사에 안 나오더라도 내 스타일대로 해보겠다”고 했다.
말은 인격을 담는 그릇
다른 하나는 ‘예상 밖의 당혹감’을 느낄 때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B의원이 그랬다. 식사 자리 초반의 어색함이 사라지자 대화 속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뒷담화가 이어졌다. 직함은 생략, 나이와 관계없이 “OOO은…”이었다. 다른 당을 논할 때는 비속어가 튀어나왔다. 품격 없는 말들로 그동안 B의원에게 가졌던 좋은 이미지는 싹 사라져 버렸다.

물론 한두 번 만남으로 정치인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의 삶과 정치 역정, 축적된 콘텐츠를 짧은 시간에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말은 인격을 담는 그릇이다. 두 의원의 인상은 말을 통해 머릿속에 각인됐다.

말도 말이지만, 요즘엔 글도 문제다. 트위터를 주로 활용하는 미국 정치인들과 달리 한국 정치인 절대다수는 페이스북을 한다. 정치부 기자들은 의원들이 올리는 글과 그 이면을 취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페이스북은 유용한 정치 수단이다. 기자들을 만나거나, 전화 또는 문자를 할 필요도 없다. 현안에 관해 쓰기만 하면 온라인에 기사가 한두 개는 나온다. 격한 단어로 상대를 후벼 파는 내용일수록 기사의 수와 분량은 늘어난다.

국민의힘 내홍이 법정으로 비화하고, 급기야 파국을 맞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날카로운 언어와 무관치 않다. 이준석 전 대표와 당내 친윤(친윤석열) 세력이 주고받은 격한 말과 글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정치적 타협은 설 자리를 잃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추가 징계, 법원의 가처분 심리 결과에 따라 한쪽은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친 말은 지난 24일 밤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목도 잡고 있다. 비속어 논란에 순방 성과는 묻히고 말았다. 대통령실이 공언한 미국, 일본과의 정식 정상회담은 현지 사정 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한·일 관계 정상화의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하니 대통령실 설명대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털고 가야 정치가 시작된다
비속어 논란이 불거졌을 때 현지에서 신속하게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지 모른다. 또 한 번의 기회도 지나쳐 버렸다. 과거 대통령들은 주요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귀국할 때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엔 간담회를 열지 않았다. 비속어 관련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국회를 향한 것이었다고 대통령실이 해명한 이상 거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및 핵심 입법 추진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비속어 논란은 속히 수습하고 털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정치가 다시 복원될 수 있다. 순방 뒤 첫 도어스테핑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