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수업 설계의 기초도 몰랐던 교수
대학교수 대부분은 교육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나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할 말이 많다. 나도 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못 가르치는 교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업을 준비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하는 학생들의 인사를 진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귀국하면서 교수가 되겠다고 자료를 열심히 모으던 남편은 회사로 가고 나는 교수가 됐다. 전공을 영어로 배워 첫 한두 해는 나도 학생들도 고생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가르친다는 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었고 학생들도 수업이 재미있다고 했다. 동시에 어렵다고 하는 학생도 많았다.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어렵지 않으면 왜 대학에서 가르치겠느냐고도 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평균 70점을 예상하고 낸 시험인데 그보다 훨씬 낮은 점수가 나오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숙제를 하거나 시험 문제를 풀려면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공학교육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처드 펠더 교수는 이 모든 것이 교수의 잘못이라고 한다.

여학생 공학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내가 교육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내외 공학교육 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 공학교육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업 관련 워크숍이 있으면 무조건 참석했다.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꼭 배워야 하는 것을 명확하고 구체적인 학습 목표로 설정하고, 강의 내용과 학생 참여 활동을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하고 숙제도 만든다. 시험 등의 평가를 학습 목표에 맞춰 설계하는 수업 설계의 기초도 이때 배웠다.

뒤늦게 깨달은 학생 중심 수업, 즉 교수가 무엇을 가르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배우는지가 중요함을 경력 초기의 교수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교수들과 펠더 교수의 <공대 교수를 위한 실질적인 교수법> 책을 번역하고 워크숍도 했다. 한 번의 워크숍 참여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수업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수의 노력이 학생들의 배움을 향상시킬 것이며, 교수는 수업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음주에 한국공학교육학회 학술대회가 열린다. 올해도 융복합 공학교육, 역량 기반 교육, 온라인교육, 공학윤리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발표된다. 연구 업적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대학 환경에서 공학교육 발전에 헌신해 학습하고 연구하는 교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