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 생존, 인구 문제에 달렸다
인구 문제는 안보 문제다. 인구 증감, 연령별 구성 비율, 지역별 분포, 이주민 유입은 국가 차원의 안보 문제다. 경제활동인구, 병력자원, 환경, 보건, 사회보장, 식량, 주택 등 국가 운영과 시민 생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가 간 인구 격차는 국방력과 경제력 격차를 야기할 뿐 아니라 이주민과 난민 이동으로 이어져 안보 지형에 변화를 초래한다. 국가 존립과 관련된 안보 문제인 인구 문제에 적극적,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이스라엘에서 인구 문제는 생존의 문제다. 950만 명의 인구 중 유대인이 74%, 아랍인이 21%를 차지한다. 그러나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의 인구를 포함하면 유대인은 50%에 불과하다. 1967년 ‘6일 전쟁’으로 편입한 영토를 포함한 전역에서 아랍인을 포용하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시행하기에는 아슬아슬한 수치다. 비(非)유대 정부가 탄생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출산 장려에 사활을 건다. 오늘날 유대인과 아랍인의 출산율은 비슷해졌다. 1960년 9.3명이던 아랍인의 출산율은 3.0명으로 낮아졌다. 유대인의 출산율은 3.1명으로 늘었다. 결혼한 유대 여성은 3명 이상의 자녀가 없을 경우 주위 사람에게 이유를 설명하거나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세계 인구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올해 80억 명, 2050년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절벽의 선진국과 인구과잉의 개발도상국 간 양극화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7억5000만 명으로 정점에 달했던 유럽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해 2050년에는 현재보다 4000만 명 줄어들 것이다. 출산율이 유럽의 3배에 달하는 아프리카의 인구는 계속 증가해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점할 것이다. ‘젊은 대륙’ 아프리카의 성장 잠재력은 점증할 것이다.

인구 변화는 지정학적 함의를 낳는다. 세 명의 자녀를 허용하는 출산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출산율은 1.2명으로 떨어졌다. 올해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50년에는 8%나 감소하고 노동인구는 향후 15년간 15%나 줄어들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2030년대 중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에 근접하거나 일시적으로 추월하나 인구 감소로 인해 다시 뒤처질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는 내년 중국을 능가해 최대 인구 보유국이 되며 2064년 17억 명으로 정점에 달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정치 무대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향후 수십년 동안 선진국으로의 이주민 유입은 증가할 것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도서국과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등 열대지방으로부터의 대규모 이주민과 난민 유입은 수민국에서 사회·경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2015년 중동과 아프리카로부터의 대규모 난민 유입이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EU 통합과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점은 이 문제의 잠재적 폭발력을 가늠케 한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유엔은 2100년 한국 인구를 2410만 명으로 전망한다. 남북한 간 인구 격차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다.” 한 영국인 학자의 경고는 한국의 음울한 미래를 시사한다.

인구 감소를 저출산 대책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효율적인 이민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교육받고 기술을 가진 두뇌 유입이 중요하다. 이민자 유입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사회통합 정책도 설계,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가 우리 모두의 안보 문제라는 절박한 인식이다. 안보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 5년 단임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장기 로드맵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