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FRS17, COVID19 & 침수피해, 시가(時價) vs 시가(市價)
지난 8월11일 첫 기고에 이어 바로 IFRS17 사전측정 예측 결과에 대해 하나하나의 문제점, 즉 검증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하고자 했는데, 최근 아열대 장마성 폭우로 인한 일시적인 피해와 관련하여 잠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물론 2년 반 넘게 COVID19의 글로벌 재난이 보험산업에 미친 재무적 영향과 IFRS17에 미칠 영향도 동시에 고려하고자 한다.

먼저 언론에서 보도하는 점에 관하여 짧게 언급하겠다. 서울 강남만이 아니라 전국적 집중폭우로 인하여 여러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일단 자동차 침수에 관한 논의에 한정하겠다. 현재 침수차량 1만1,000여대에 보험사 추정 손해액이 1,583억원을 넘는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집중 폭우가 계속된다면 이는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COVID19 동안의 보험사고 발생의 감소로 인한 일시적 흑자로 보험료 인하의 압력을 받던 손해보험사들이 차량침수 피해로 오히려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는 기사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서울 강남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고가 외제차들이 침수피해를 입어 차량 당 평균 자기차량 손해액이 크게 증가하였다.

첫째, 이는 여러 담보 중에 자기차량 담보 보험료에만 관련된다는 점이다. 다른 담보의 기본 보험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둘째, 이번 집중 폭우는 기상관측 이래 115년 만의 기록적 강우량을 기록하였기 때문에 극한적 자연재해에 의한 보험사고 피해이다. 자동차 보험 각 담보의 기본 보험료는 직전 1년간의 결과를 바탕으로 인상 혹은 인하가 결정된다. 선진국에서는 직전 5개년의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가중평균 손해율을 기준으로 조정한다. 더 나아가 100여년이 넘는 기간에 한번 발생한 재난적 보험사고 결과를 바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과거 년도에 이를 평균적으로 반영한 손해율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그만큼의 손해를 바로 반영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어불성설이다.

셋째, 서울 강남지역에 유독 고가의 외제차가 집중되어 있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반영하여 자가차량손해 담보의 보험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는 법규와 제도적인 측면과도 관련되어 있는 문제인데, 선진국은 예를 들어 같은 서울시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보험료가 차별되는 구조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구조적인 이슈이겠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

넷째, 따라서 IFRS17 시행 이후 보험계약 측정 시 계리적 가정이나 통계적 모수의 추정에 있어 극한적 보험사고의 경험치를 바로 적용한다면 기술적으로 또 다른 측정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의 고도의 통계적 지식과 Big Data 분석능력 그리고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2년 반 동안(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인류에게 너무나도 엄청난 재난을 안겨준 COVID19가 보험회사에게는 폭풍 전야의 고요처럼, 아니면 태풍의 눈에 잠깐 들어온 것처럼, 보험서비스 차원에서는 너무도 달콤한 결과를 가져왔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단기적인(자연재해나 9·11처럼 일회성의 사건과는 다르게 상당히 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단기 현상이다) 변동이 마찬가지로 우리의 눈을 잠시 흐릿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손해보험회사의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경우 위에서 지적하였듯이 수년동안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다가 반대로 같은 규모의 흑자를 맛보았으니 너무나 이례적인 현상이었던 것이다.(예를 들어 침수피해로 인한 자기차량 손해액과는 비교가 안되게,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적자에 수년간 시달리다가 반대로 3,000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하였다.)

참고로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2019년 1조6,445억원 적자에서 2020년엔 3,799억원 적자로 줄더니, 지난해엔 3981억원 흑자로 반전했다. COVID19 덕분(?)이다.

이러한 이례적인 단기(지난 2년 반,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단기이다)의 긍정적인 재무적 상황 반전의 결과가 IFRS17 도입만으로 COVID19 기간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니, 참으로 믿기 힘들다. 계리적 모델의 가정이나 모수 추정에 이 2년 반동안의 결과가 기술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매우 궁금한 것은 필자만의 호기심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COVID19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완전 같지는 않겠지만) 돌아간다면 2년 반의 경험은 소위 “극단적 이상치(Outlier)”의 경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깊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IFRS17 전후 예측결과 비교분석에 있어 COVID19을 감안하여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완전 별개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생명보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실손의료보험이나 담보의 경우 COVID19으로 인하여 보험금 지급액이 급감하였다. 더구나 마스크 착용으로 인하여 더욱 더 여타 다른 질병으로 인한 병·의원 이용량이 급속히 줄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에 따른 계약의 해약이나 일부의 역선택(Anti-Selection)과 도덕적 위험(Moral Risk)에 따른 보험금 지급의 일부 증가 등 재무적으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험금 지급의 급감에 의한 재무적 혜택을 누렸다. 선진국은 Lock-Down 시에 보험료를 최소 30% 정도 자발적으로 줄여 주었다.

IFRS17 시행에 따라 보험계약 측정에 필요한 계리적 가정이나 통계적 모수 추정에 이러한 단기의 호혜적 상황에 따른 경험치를 어떻게 기술적으로 반영하는가 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다. IFRS17 기준서에 따른 보험계약 측정 방법은 서구에서도 기존의 몇 백년 동안 사용하였던 방법과 너무나 다르다. 앞으로 상세하게 논의하겠지만, 그 측정방법에 있어서 보험회사가 채택한 통계적 모델 내의 소위 계리적 가정이나 모수는 현재(Current) 기준이다.

IFRS17을 원가(原價)기준이 아니라 시가(時價)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이다. 몇 백년 동안 원가기준으로 보험계약을 측정하여도 보험산업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영국,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생명보험 회사가 글로벌 투자를 잘못하여 파산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2002년 9·11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의 인재(人災) 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극한적 사고가 발생하여 단기간에 손해보험사나 재보험사를 파산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협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이는 각국의 감독회계에 영향을 미쳐 2016년 1월 1일 유럽연합은 새로운 지급여력 감독회계(Solvency II)를 시행하였다. 이는 시가(時價, Current Value)가 아니라 시가(市價, Market Value)기준이다. 보험회사가 파산에 직면하여 청산(Exit)하거나 다른 기업에 매각(M&A, 부채 이전)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자본금을 유지 확충하라는 기준인 것이다.

한편으론 파산기준이 아니라 계속기업(Business on-going)의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시가(時價)기준의 회계기준서가 IFRS17인 것이다. “시가”기준이라고 했을 때 재무회계(GAAP) 기준과 지급여력 감독회계(SAP: Solvency II, 우리나라에선 K-ICS) 기준을 구분하여야 한다(Solvency II, K-ICS에 관해서는 별도로 논의하겠다).

따라서 최초 보험료가 확정된 상황과 이후 경험치가 달라졌다면 미래 잔여 보험서비스 기간에 대해 달라진 결과를 반영하여 새로운 가정과 모수를 추정하고 재측정을 하여 그 차이를 측정결과에 반영하여야 한다는 점이 또 다른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의 내용이다.

< 유종환 법무법인 화현 금융전문위원 / 성균관대 보험계리학과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