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경제대로 국내외 외교안보는 그것대로 불안정·불확실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석 달을 맞는다. 오늘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면서 국정 운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3개월 ‘새 정부 시운전’ 기간에 이렇다 할 개혁과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휴가 구상에 관심이 더 간다. 경제 여건과 외교안보의 안팎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사를 비롯해 일부 난맥상 조짐을 보이는 국정의 정상화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다섯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인사 공백’이라는 말이 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무직은 물론 100여 개 자리 중 23개나 비어 있는 1급 공무원 인사를 조기에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일선 공무원이 일한다. 노동·공공·교육 등 현 정부의 ‘3대 개혁 과제’도 구호만 외친다고 성과가 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둘째 여당과의 관계 재정립 및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국회와 정당 경험이 없는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여소야대 상황 돌파에 필수다. 시답잖은 일들로 연일 내홍인 국민의힘에 필요한 메시지를 제때 전해야 한다. 집권 여당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채 끝내 비대위 체제로 가는 국민의힘의 어이없는 행태는 이제 자력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셋째 대통령실 참모와 부처 장관들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석 달 만에 반토막 나면서 24%로 떨어지고, 벌써 인사개편론까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절박감도 없고 위기의식도 안 보인다. 넷째 범정부 차원에서 개혁과제에 더 매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만 봐도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 가령 노동개혁이 과제라면 선택과 집중으로 조기 성과를 내고, 교육에서도 개혁과제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 기반에서 대국민 설명과 여론전에 최선을 다해도 곳곳의 저항 극복은 쉽지 않다. 주요 정책 과제를 툭 던져놓고 언제까지 야대(野大) 국회 탓이나 할 텐가.

여론의 싸늘한 평가도 냉철하고 진중하게 보기 바란다. 지지도의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통상적 국정 수행의 동력까지 손상될 수 있다. 전 정부의 명백한 과오와 우리 사회 공정 논란에 불을 붙인 정치권 인사의 드러난 범죄 의혹에 대한 고소고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과 지지도가 무관할 수는 없다. 개별 수사에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겠지만, 국정을 장악하고 정국의 큰 흐름은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임 100일 때까지 건곤일척의 국정 전환이 없으면 개혁 청사진도 다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