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4.5일) 근무 등을 요구하며 오는 19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내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화물연대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등의 노사 및 노정 갈등과 힘겨루기에 금융노조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고물가 위협에 실질임금 감소를 우려하는 임금 근로자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금융회사 노조가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편승하는 듯한 모습부터가 유감이다. 인상 요구 폭도 다른 업종과 비교해 과도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매일 1시간씩 줄어든 영업시간을 유지하고, 주 36시간 근무를 하겠다는 것은 금융소비자 입장을 도외시한 요구다. 임금은 올리고 일하는 시간은 줄여달라니 과연 공감될 주장인가.

금융노조의 이런 요구는 금융회사들의 유례없는 실적 호조가 발단이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8조96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만 호황”이라는 쓴소리가 나올 정도인 이런 막대한 이익이 어떻게 나왔나. 금융위원회는 작년 하반기 ‘영끌’ ‘빚투’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에 대처한다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압박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대출금리 격차(예대마진)가 크게 벌어졌다. 4대 은행은 작년 이 요인으로만 34조원을 벌었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의 이자이익도 15조3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은행은 예금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마진 줄이기엔 소홀했다.

금융회사들은 두 달 전 ‘이자 장사’가 지나치다는 대통령과 금융감독원장의 경고가 나오고 나서야 대출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신용등급자에게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의 최상단을 낮췄을 뿐이다. 심지어 신용대출 금리는 더 올렸다. 이렇게 만든 게 역대급의 기록적 이익이다.

금융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결국 주거비 폭등, 코로나 쇼크 등의 어려움에 직면한 금융소비자를 쥐어짠 이익을 나눠 갖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은행의 기형적인 수익도 문제지만, 금융노조의 파업 주장도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