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大法 '독수리 5형제' 편향의 후폭풍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날벼락 같은 대법원 판결이 엊그제 나왔다. 대법원은 도급, 파견, 지휘체계 같은 복잡한 용어와 법리로 판결을 설명했다. 요약하면 협력사 직원들을 사실상 ‘파견근로자’처럼 부렸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직고용 의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슨 법리를 들이대더라도 하청회사 근로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자영업자에게 매장 알바를 직원으로 뽑으라고 강요하는 것만큼이나 난데없어서다. 하청회사 사장도 열심히 키워놓은 직원을 모두 뺏겨야 한다. 이런 비상식이 법의 이름으로 강제되는 건 ‘해석 오류’이거나 ‘악법’이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11년의 긴 재판 끝에 나온 대법 판결은 떼쓰기식 극한투쟁에 우리 사회가 잠식됐다는 증좌다. 거대노조는 ‘사내하청=불법파견’이라며 철탑에 오르는 등 지난 20여 년간 ‘불파 투쟁’에 역량을 쏟아왔다. 그런 와중에 자동차에 이어 철강업종에서도 민노총에 월계관을 씌워주는 일에 대법원이 발벗고 나선 격이다. 파견 근로자 보호를 위한 파견법은 사실상 정규직 전환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포스코가 하청근로자를 전부 직고용할 경우 추가되는 인건비만 연 2조~3조원이다. 자동차 제철을 넘어 조선(현대중공업) IT(삼성전자) 등에서도 같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파견이 원천 금지인데 하도급까지 막히면 원청·하청이 뒤섞여 협업하는 독일 일본 등과의 경쟁은 한계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제 ‘불파 재판’은 이기기 힘들다는 무력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정반대였다. 1998년 제정 이후 ‘파견법의 적용 대상은 파견근로자로 한정된다’는 판결이 압도적이었다. 검찰 역시 파견법 제규정은 ‘적법한 파견’에만 적용하는 것이라며 사내하청 사건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하도급계약이라 파견관계가 원천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무더기로 임명한 이른바 ‘진보 대법관’들이 분위기를 급반전시켰다. 2008년 9월의 예스코‘깜짝 판결’이 신호탄이었다. 1·2심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승리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작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갑자기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고용 간주(일정 기간 경과 후 채용 강제화) 조항을 적법 파견에만 축소 적용해선 안 된다”는 판례를 만들어냈다. 노 대통령 탄핵 변호사였던 이용훈 대법원장과 ‘독수리 5형제(김영란 전수안 박시환 이홍훈 김지형)’로 불린 5명의 진보 대법관이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민변 소속 김선수 변호사(현 대법관)도 노측 대리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후 2015년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내하청=불법파견’이라는 판결 프레임을 완성했다. 파견 여부는 “(도급이라는) 계약 명칭에 구애되지 말고 지휘·명령 여부 등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인복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아 내놓은 이 가이드라인은 포스코 판결을 포함해 지금까지 34번이나 인용되며 불파 재판을 지배하고 있다. 이 대법관 역시 한명숙·이석기 재판에서 소수의견을 내는 등 강성 진보성향의 판사다.

사법부의 좌클릭은 편향 입법으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사내하청 지침을 강화하며 거대노조를 지원 사격했다. 여야 정치권은 불법파견이 확인되는 즉시 원청에 직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내용으로 파견법을 아예 개정했다.

다행인 것은 타성을 깨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SK텔레콤 불법파견 재판에서 모처럼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직접고용 의무는 파견사업주가 근로자 파견을 했을 때만 적용된다’며 가물가물해진 원칙을 되살려냈다. 이 재판은 SK텔레콤으로 전출된 자회사 근로자가 제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판결문의 ‘전출’을 ‘하청’으로 바꿔도 큰 논리적 하자가 없다는 사실은 대법원의 궤도이탈과 자기모순을 잘 보여준다. 가이드라인의 기계적 적용에 안주하는 대법 판결과 파견법 독소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