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닌자 칼날 단 '지옥불 미사일'
“중세시대의 잔혹성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무기.” 미국 뉴욕타임스는 테러 단체 우두머리 등 개인을 콕 집어 제거하는 ‘헬파이어(hellfire·지옥불) R9X’ 미사일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헬파이어 미사일은 당초 전차 파괴 목적으로 개발됐다. 길이는 160~180㎝, 직경 약 18㎝에 무게는 50㎏ 정도 된다. 빠른 속도에 높은 명중률과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자 요인 제거용으로도 사용됐다. 그러나 폭발로 인해 일반인들까지 엉뚱한 피해를 보고 반미 감정을 고조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래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목표 인물만 제거하도록 개발에 들어가 2017년 실전 배치된 개량형이 ‘헬파이어 R9X’다. 미사일 추진체로 목표물까지 날아가지만, 탄두에 화약을 빼버려 폭발하지 않는다. 철 덩어리가 된 탄두를 사람과 충돌시켜 해치우는 방식이다. 정확도는 조준점 반경 50㎝ 이내다. 빗맞을 것에 대비해 측면에 6개의 칼날을 붙였다. 이 칼날들은 표적에 충돌하기 직전 펼쳐진다. 칼날이 일본 자객 ‘닌자(忍者)’의 암살용 검처럼 생겨 ‘닌자 미사일’로도 불린다.

닌자 미사일 사용이 공식 확인된 것은 10여 차례 된다. 2017년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2인자였던 아부 알마스리가 닌자 미사일로 제거됐다. 그가 탑승한 차량의 윗부분에만 둥그런 구멍이 뚫렸고, 나머지는 멀쩡했다. 물론 차량 내부 좌석은 갈갈이 찢겼다. 2019년 6월 14일 알카에다 시리아 조직인 ‘알누르 라 전선’의 지도자 2명이 닌자 미사일에 목숨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군은 지난해 8월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밖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호라산(IS-K) 고위급 2명을 닌자 미사일로 암살했다.

미국이 20년 추적 끝에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드론 공습으로 제거했다고 그제 발표했다. 알자와히리는 카불 시내의 안가 발코니에 서 있다 목숨을 잃었다. 알자와히리를 제외하고 안가에 있던 가족과 민간인들은 다치지 않았고, 다른 층 유리창도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닌자 미사일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와히리로선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당한 것이다. 테러 단체들은 언제 하늘에서 닌자의 칼날이 날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정은도 이런 두려움에 떨까.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