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의로 포장된 '로스쿨 입학 쿼터'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는 유럽 속담을 인용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고,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결국 지옥을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에서 이 속담이 너무도 적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현상 하나를 소개한다. 로스쿨 입학생 쿼터 제도다.

로스쿨 입학을 위한 필수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 수는 2013년 6980명에서 2022년 1만2622명으로 10년 만에 거의 두 배 늘었다. 기업이 청년을 고용할 수 없게 만든 지난 5년의 노동·경제정책 때문에 청춘들이 갈 곳을 잃은 결과다.

로스쿨은 입학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매년 전국 25개 로스쿨은 총 2000명 정도를 선발한다. 응시생은 학과 수석 정도는 보통이고, 대학에서 모든 과목 A+를 받은 학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각 로스쿨이 입학정원의 7% 이상을 반드시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선발하도록 했다. 또 지방 로스쿨은 30% 이상을 그 로스쿨 소재지 지역 대학 출신을 선발하도록 했다. 사회적 취약계층, 지방대 및 그 졸업생을 보호하기 위한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제도로 이해된다. 서울 소재 로스쿨은 지역 할당은 적용되지 않는다.

사회적 취약계층 트랙 응시생과 지역인재 트랙 응시생은 입학 때 ‘그들끼리의 경쟁’을 한다. 특별전형인 셈이다. 취약계층 선발 유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배려 대상 △장애인 등 신체적 배려 대상 △국가유공자 자녀 등 사회적 배려 대상 등이 있다.

문제는 자기들만의 경쟁으로 일반전형 학생보다 다소 쉽게 입학한 이들 특별전형 학생이 치열한 전국 규모 경쟁을 뚫고 입학한 일반전형 학생들과 공부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유급하는 학생도 이들 특별전형 입학 학생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시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와서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불합격률이 높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방대 로스쿨은 잘 가르치고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낮게 나올 수 있다. 특별전형 합격자 비율에 관한 통계가 없지만,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4회 변호사시험까지 특별전형 학생의 합격률은 평균 5% 내외 수준이었다. 제5회 시험부터는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 이런 통계를 내는 것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0%를 조금 넘는다. 이 세계에서는 ‘반이나 합격하는데 그것도 합격 못하냐’고 말할 순 없다. ‘공부의 신’들만이 로스쿨에 입학하고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의미가 없다.

국가가 사회취약계층 및 지방인재 트랙을 만든 것은 지극한 선의에서 나온 정책이다. 로스쿨 수업 3년과 그 후 5년 내 다섯 번의 변호사시험에 모두 불합격하면(오탈자), 총 8년 동안 인생을 허비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하다. 결과적으로는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일반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을 위한 들러리가 되고 마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로스쿨 입학생 대부분을 합격시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에서는 인구 1억2600만 명인 일본은 매년 1450명만 선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인구 5000만 명밖에 안 되는 한국에서 매년 1700명 이상(2022년 1712명)의 합격자 수를 내는 것도 이미 너무 많다고 아우성친다. 3년 이상의 시간과 적어도 억대의 비용을 투입해 죽어라 공부해 변호사가 돼도 이미 포화상태가 된 업계에서 취업도 어렵다고 한다.

선의로 만들어진 특별전형 제도가 이 제도를 이용한 다수의 학생에게 치명적 제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스쿨 입학만이 아니다. 모든 쿼터는 부당한 차별이고, 선의로 포장된 길은 지옥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