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류더인 회장의 CNN 인터뷰 내용은 기업 경쟁력이 국제 관계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입게 될 피해에 대해 매우 호소력 있는 설명과 경고성 우려를 내놨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중국의 강력 반발에 맞불을 놓는 대담한 인터뷰였다.

그는 TSMC는 무력에 의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TSMC는 ‘가동 불능(not operable)’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TSMC가 유럽, 일본, 미국 등과 협력해 재료에서부터 화학소재, 소프트웨어 및 진단 부품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연결된 너무나도 정교한 반도체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 회장은 세계 미래를 위해 혁신을 지속해서 전파할 것이며, 이웃과 사이가 좀 좋지 않다고 해서 겁먹지 않는다고도 했다.

일개 기업인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찬 발언들이다. 류 회장의 이런 자신감은 TSMC가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갖는 존재감에 기인한 것이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절대 강자다. 대만은 TSMC 덕에 ‘아시아 4마리 용’의 과거 영화를 되찾았다. 기업 경쟁력이 외교 자산이 되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동맹에서 몸값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도 삼성 평택공장에 가기 위해서였고,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주도한 최태원 SK 회장에게 ‘생큐 토니’를 연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만은 최악의 가뭄에도 농업용수를 끊고 반도체 공장에 먼저 물을 댈 정도로 반도체 산업에 국운을 걸고 있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가 용수 지원을 놓고 몽니를 부리는 통에 12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또다시 삐걱대고 있다. 반도체 투자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관련 지원법들이 곧 발의될 예정이다. 야당 일각에선 반도체 기업들에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도 520억달러(68조1851억원) 규모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킨 마당에 국익 차원에서 초당적 지원이 절실한 때다. 대만 국력의 원천이 된 TSMC를 보고도 특혜 운운하며 딴지를 걸려고 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차라리 자리를 내놓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