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간 윤석열 대통령이 당초 지방 휴가지로 가려다가 취소하고 자택에 머물고 있다. 취임 3개월도 안 돼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하는 상황을 맞았으니 휴가지에서 쉬기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 내분이 이어지고 있고, 여당 일각에서도 대통령실 쇄신 목소리가 나오는 마당이다. 이참에 지난 80여일간의 국정을 점검하고 무엇이 국민의 마음을 떠나게 했는지 차분히 숙고하길 바란다.

대통령실부터 돌아보자. 지지율 하락 원인으론 인사 난맥, 경험과 자질 부족, 잦은 말실수, 태도 논란 등이 꼽힌다. 득점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실점한 사안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 정책 혼선만 해도 그렇다. 아직 주요 정책 성과를 놓고 심판받을 계제는 아니다. 졸속과 실수들이 쌓여 감점 요인이 된 것이 적지 않다. ‘국민제안’ 제도만 하더라도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취지는 나무랄 게 없다. 그러나 국민제안 톱10 정책투표가 ‘어뷰징(중복·편법 전송)’ 우려로 무효 처리되면서 논란이 크다. 웬만한 식견만 있으면 예방할 수 있는데, 시작부터 허술하니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사전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불쑥 발표해 혼란만 가져온 ‘만 5세 취학 학제개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 문제도 임기 초반부터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공직자와 낙마 후보자가 각각 4명에 이르고 조각(組閣)도 끝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롯해 제도 개선 방안이라도 나와야 정상인데, 감감무소식이다. 잘 지키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 땐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이라도 내놨고, 이명박 정부 땐 ‘사전 검증 질문 200개’를 만들었다. 일찌감치 검찰 편중 인사 비판이 잇따랐지만, 전임 정부 땐 더했는데 뭐가 문제 되느냐는 식이니 민심이 싸늘해지는 것 아닌가.

대통령 메시지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출근길 기자와 간단하게 일문일답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국민 소통·공감 확대라는 좋은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혼선만 불렀다. “주 52시간제는 보고받지 못했다”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느냐” “대통령은 처음이라” 등 숙고하지 않은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양상을 타개할 참모들의 노력도 안 보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보다 정교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같이 대변인이 매일 브리핑하고 대통령은 필요할 때 기자들 앞에 서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도어스테핑보다 준비된 기자회견을 자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법안 하나 통과가 힘든 게 현실인데, 정무적인 전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집권 초기인데 대통령실에서 성골, 진골 참모들이 마치 집주인과 별채 집사 사이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구멍 난 정무와 홍보 기능을 비롯해 대통령실의 전략 재정비와 쇄신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어떤 휴가 구상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