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생일날까지 재뿌린 기업은행 노조
“손님들까지 초대한 생일 잔칫날에 노조가 생일상을 걷어찬 꼴입니다.”

기업은행이 1일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창립 6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사내 행사(59주년), 지난해 온라인 행사(60주년)만 치르다 3년 만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 등 외부 인사까지 초청한 자리다. 앞으로 새로운 60년을 다짐하려던 기업은행의 창립 기념식은 본점 앞에서 벌어진 전국금융산업노조와 기업은행 노조의 시위로 빛이 바랬다. 이들은 이날 ‘체불 임금 쟁취, 공공기관 탄압 저지 투쟁 결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체불임금 지급하라’ 등 비난성 구호가 적힌 피켓 등이 눈에 띄었다.

기업은행 노조가 주장하는 체불임금은 업적 성과급과 복지비를 말한다. 기업은행의 업적 성과급은 시중은행 성과급과 비슷한 일종의 연말 보너스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최대 주주(63.7%)로 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업적 성과급도 주무부처인 금융위의 국책은행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된다. 그런데 경영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아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다. 기업은행이 작년에도 8월 4일 업적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예년에 비해 일정이 크게 늦어진 것도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복지비 역시 기업은행 예산으로 지급하는 건강검진비와 직원 화합 행사비 등은 정상 지급 중이다. 선택적 복지비와 경조금 등 사내 근로복지기금으로 충당되는 복지비만 기재부의 기금출연 승인이 늦어져 주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차장급 직원은 “업적 성과급과 복지비를 회사가 떼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재부의 압박 탓에 임금이 체불돼 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 직원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1억772만원으로 350개 공공기관 중 일곱 번째로 많았다. 4대 시중은행 중 지난해 기업은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은 곳은 국민은행(1억1200만원)뿐이다. 신한은행(1억700만원)과 하나은행(1억600만원) 우리은행(9700만원)은 기업은행 연봉에 못 미친다.

기업은행 창립 기념일에 금융노조가 “정치권과 금융계는 공공기관 탄압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라”고 요구한 것도 생뚱맞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기업은행과 관계가 없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반대 주장까지 폈다. 다음달 총파업을 추진 중인 금융노조가 총리와 국회 정무위원장 등 정관계 초청 인사들 앞에서 생일을 맞은 기업은행에 ‘망신 주기’ 시위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