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유 공급가 현실화 외면하는 낙농업계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육우협회와의 원유 가격 체계 개편 협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협상 중단 이유에 대해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제도 취지를 설명하고 낙농가 요구에 맞춘 수정안까지 제시했지만 협회가 대안 없는 반대만 반복해 대화의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계속 협상을 이어가던 농식품부가 왜 갑자기 협상을 중단했을까.

농식품부는 미국·유럽 등 낙농 선진국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생산비에만 연동된 가격 체계 개편 없인 쇠락하는 낙농업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가격 체계 개편을 추진해왔다. 현재 용도와 관계없이 단일 가격으로 생산비 변화에만 연동되도록 한 원유 가격 체계를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 버터 등 유가공품 제조용 우유)로 나눠 차등화하고, 가격 결정 방식에 수요 요인을 반영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생산한 우유를 길바닥에 버리고 ‘낙농가 탄압’ 등 문구를 담은 허수아비를 태우는 등 낙농가의 반대가 이어지자 농식품부는 최근 올해 국내 예상 원유 생산량인 195만t만큼은 현재 수준(L당 1100원)의 가격을 맞춰주고, 추가 생산분 10만t은 L당 800원으로 싸게 유업계에 공급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차관과 차관보가 그간의 오해를 풀고 새 안을 지역 낙농가에 설명하기 위해 각각 경기도와 강원도를 찾았지만 현장에 온 농민은 3명도 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협회 측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현재 원유 가격 체계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전체 유제품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63.9㎏에서 2021년 86.1㎏으로 늘었다. 하지만 음용유 소비량은 36.5㎏에서 32㎏으로 되레 줄었다. 국내 음용유 소비는 줄어드는데 매년 일정량을 단일 가격에 사야 했던 유업체들은 남는 원유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율이 8% 수준인 분유로 만들어야 했다.

그사이 국내 낙농시장은 수입산에 잠식됐다. 국내 유제품 생산은 2001년 234만t에서 2021년 203만t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65만t에서 251만t으로 늘었다. 자연히 자급률은 77.3%에서 45.7%로 하락했다. ㎏당 생산비가 800원 이상으로 낙농 선진국들의 두 배에 달하는 현재 한국의 낙농산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정부와 낙농가 모두 이해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어떤 문제든 단박에 ‘해답’을 찾긴 어렵다. 낙농가가 현실을 직시하는 동시에 어떤 결정이 소비자를 위해 최선인지 고민한다면 해답을 조금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