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경찰 반발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정부의 강경 입장에도 집단행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경찰서장 회의를 연 데 이어 30일 예정된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한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망에는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치안을 책임진 경찰이 조직의 이해를 위해 집단항명을 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까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에 대해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쿠데타에 준하는’ 발언도 있었지만, 국가원수로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내달 2일 발효되면 경찰이 반발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경찰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경찰국 신설이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경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통제를 받아오면서 정권 충견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청와대 통제를 받을 땐 경찰 내 독립 훼손이란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부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경찰국을 만들려고 하니 반발하고 있다. 명백한 이율배반이다. 국가 기관의 통제를 가려서 받겠다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경찰은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9월부터 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게 되고, 2024년부터는 대공수사권도 넘겨받아 적절한 통제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수사 독립성 훼손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임용 제청 등 업무를 수행하고, 행안부는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마당이어서 명분이 약하다. 자신들의 집단행동이 과거 문재인 정부 때의 검사회의와 뭐가 다르냐고도 한다. 하지만 검사들은 법무부 검찰국 자체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았다. 또 준사법기관 성격을 갖는 검찰과 치안·경비·방범·교통안전 등의 기능을 담당하며 행정기관 성격을 갖는 경찰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이번 사태를 경찰대 출신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대 폐지론’까지 나오는 것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된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경찰까지 실력행사를 보이는 우리 사회의 부박한 집단주의다. 우리 사회는 언제인가부터 소비자나 시민 편의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직역이기주의, 툭하면 거리로 뛰쳐나가고 사업장을 점거해 불법 파업을 일삼는 노조 등 집단주의에 포획돼 있다. 그런데 국민의 안전과 공공질서 유지를 책임진 경찰마저 본분을 망각하고 이런 종류의 집단주의에 동승해 머리띠를 매고 실력행사를 하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라면 어떤 행동도 괜찮다는 건가.

경찰은 군인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무장이 허용되는 조직이다. 이런 경찰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상명하복과 엄격한 위계질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특수 조직이 지휘계통을 무너뜨리고 치안 현장을 떠나 집단 집회를 갖는 것은 윤 대통령의 지적대로 국가 기강을 흔드는 중대한 일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제 경찰은 민생 치안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이견이 있으면 집단항명이 아니라 다른 민주적 방식으로 개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도 강경 일변도가 아닌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