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장단기 금리역전 장기화…美 경기침체 신호인가
이번주에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간 역전 현상이다. 일시적인 역전에 그쳤던 지난 3월, 6월과 달리 최근엔 2주 연속 지속되고 있다. 역전 폭도 25bp(1bp=0.0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져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사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음(-)의 기울기, 즉 단고장저(短高長低)를 나타내면 경기가 차입비용 증가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해 경기가 회복될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장단기 금리역전 장기화…美 경기침체 신호인가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2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하지만 ‘선제성’을 중시하는 Fed 입장에선 NBER처럼 지난 분기의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유효성 문제가 있지만 Fed가 경기 예측 기법으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드릭 미시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는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 기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변화(change)’보다 ‘수준(level)’이 예측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가 실물경기를 4∼6분기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 간 역전,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투자 구루도 뉴욕연방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 차 경기 예측력을 각종 투자판단 때 가장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단기 금리 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확률 모델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확률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 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지금과 상황이 비슷한 1981~1982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98%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에 대해 Fed는 일본의 미국 장기국채 매수에 기인하는 만큼 경기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다. 오히려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기가 희생되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1980년대 초 당시 Fed 의장인 폴 볼커의 대응 방식을 표명하고 있다.

Fed가 중국의 국채 매수로 왜곡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잘못 파악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다.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부동산 거품이 심화하자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2004년부터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중국이 미 국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장기채 금리가 더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해 부동산 거품이 심해지고 급기야는 금융위기로 치달았다.

Fed의 경기판단 실수 여부는 빠르면 이번주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1.6%까지 떨어졌던 성장률이 2분기에는 -1.6%(애틀랜타 GDP 모델)에서 -2.6%(S&P 글로벌 마켓)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돼 NBER이 ‘경기침체’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월가에서 ‘위기 3년 주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도 Fed가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을 외부 요인에 의해 왜곡된 현상으로 판단하고 인플레만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진적으로 인상할 경우 경기가 더 침체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Fed 내에서도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믿는 인사를 중심으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1%로 나온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1%포인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위기 3년 주기설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견해다. 과연 7월 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 1%포인트보다 0.75%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