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 도입 필요하다
이달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한 방안이 담겼다. 전기위원회의 역량 강화를 위해 사무국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골자다. 2001년 4월 전기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가가 이어진 뒤 10년 만에 일부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전기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것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전기위원회가 전기는 물론 가스 규제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 전기와 가스를 통합 규제·관할하는 이 같은 위원회가 없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스 수급 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계획과 실제 가스 소비량 사이에 오차가 상당했다. 2016년 계획과 소비량(실적)은 각각 3216만t, 3483만t으로 오차와 오차율은 각각 267만t, 8.3%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 오차는 각각 575만t, 653만t으로 커졌다. 이 기간 오차율도 16.5%, 18.7%로 치솟았다. 해마다 오차 폭이 커지는 동시에 오차율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가스 수급 계획에 맞춰 터미널, 탱크, 배관망 등 가스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 하지만 수요조사의 오차 폭이 커지면서 곳곳에서 가스 수급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가스 수요는 도시가스용과 발전용으로 나뉘는데 오차의 주된 원인은 발전용에서 비롯한다. 발전용 가스 계획의 오차 폭이 커지는 만큼 전력 수급 차질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 수급 계획에 담긴 가스 발전량을 기반으로 가스 수급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근거해 가스 공급 인프라를 갖춘다. 하지만 계획된 가스 발전량보다 실적 가스 발전량이 많게 되면 장기계약이 아닌 현물시장에서 가스를 비싸게, 자주 구매해야 한다.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 설치를 통해 수급을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8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내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 오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재작년의 ㎾h당 50원에서 200원대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발전용 가스 수요가 예상을 웃돌면서 부족한 가스를 현물시장에서 비싸게 사들인 영향이다.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가 생겨나서 작동했다면, 가스 수요 예측이 보다 정확해지는 것은 물론 가스매입비와 SMP 급등을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 가격 규제 권한이 없는 전력당국은 SMP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규제에 나섰다. SMP 상한선을 설정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비롯한 발전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만큼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 설립 필요성이 커졌다. 선진국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전기·가스 통합위원회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영국(가스전력시장위원회)과 일본(전력가스시장감독위원회)은 전기와 가스를 규제하는 위원회를 갖췄다. 영국 가스전력시장위원회의 경우 사무국 직원만 1800명에 달한다. 미국(공익사업위원회), 독일(연방네트워크기구), 프랑스(에너지규제위원회)도 전체 에너지를 함께 규제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가스 통합 규제위원회가 설립되면 수장은 금융통화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처럼 장관급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같은 방안이 도입되면 전기·가스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수급이 안정되는 등의 효과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