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산업통상자원 정책방향’을 보면서 지난 정부 5년간 빗나간 산업정책의 실상을 거듭 절감하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이어 두 번째 부처 업무보고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장지향 산업전략’ 등 3대 전략과 11개 핵심과제 추진 계획을 내놨다.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는 ‘산업 대전환’ 시기에 산업 발전 주무부처의 소임이 무엇인지 기본부터 확실히 잘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중점 업무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원전산업 정상화다.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과 원전 생태계 조속 복원은 더 이상 당위성과 절박성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정상화 속도가 관건이다. 산업 대전환 대응 차원의 반도체 지원 역시 내용 못지않게 실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산업·통상의 연계 강화를 통한 공급망 강화, 첨단산업 특성화대학 10곳 지정, 전문 인력 14만 명 육성 같은 계획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멋진 청사진에 그치지 않는다.

새 정책 매진에 앞서 산업부는 지난 5년간 무엇을 했는지부터 냉철히 돌아보기 바란다. 한국전력을 빈사지경의 빚투성이 공룡으로 만든 탈원전 오류만이 아니다. 상법·공정거래법 등을 개악한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무리하게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기업 입장과 경영 현실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수용하고 반영한 적이 있었나. 양대 노총의 온갖 위법 행태에 대해 산업정책 차원에서 문제 제기한 적도 없었다.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과 인력 육성, 연구개발(R&D) 예산 배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기업의 우려점을 적극 수렴해 정책의 균형을 잡고, 완력 행사를 일삼는 노조 등을 향해 바른 소리를 하는 게 산업과 기업 육성에 더 긴요하다. 정부가 바뀌자마자 ‘한국형 뉴딜’이 소리소문없이 뒷전으로 밀리며 정책 실패로 귀결된 것도 이런 ‘기본’을 못한 탓이 크다.

모든 부처가 그렇듯이, 산업부 일도 업무보고를 얼마나 촘촘히 잘 짰느냐가 본질이 아니다. 산업 육성과 기업 지원의 기본과 핵심을 잊지 않고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 굳이 정책 각론으로 보면 우선은 원전 조기 복구, 반도체 초격차 총력 지원, 산업·통상의 시너지 확보 이 세 가지에 부의 명운을 걸 필요가 있다. 구호만 요란했던 일본으로부터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 선언 3년, 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종합 검토를 해보라. 산업에 통상까지 함께 맡은 산업부가 책임지고 소부장의 차이나 리스크 해소 방안을 내놔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통상 업무는 하루빨리 외교부에 넘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