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가철도공단의 이상한 해외 연수
“업체 초청으로 식사와 관광은 했지만, 접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온 국가철도공단 간부의 해명이다. 우리나라 철도를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국가철도공단 직원들이 외국계 기업인 A사의 초청으로 ‘해외 시찰’에 나선 건 지난 4월 말이다.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과 처장, 부장, 차장 등 4명과 국토부 직원 1명, 업체 관계자 1명 등은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 발주를 앞두고 외국 기술 현황을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4월 30일부터 7박9일간 네덜란드와 벨기에, 프랑스를 다녀왔다.

공단 일행은 프랑스 출장 중 센강 유람선에서 관광과 식사를 즐기는 ‘바토 무슈’ 투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토 무슈 투어는 2시간 정도 파리의 센강 위 유람선에서 식사하며 에펠탑, 퐁네프 다리, 오르세미술관, 노트르담 등을 둘러보는 유명 관광 상품. 문제는 투어를 제공한 A업체와 공단의 관계다. 공단에 꾸준히 납품해온 이 업체는 납품한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도 맡고 있다. 누가 봐도 고급 선상 투어를 접대가 아니라고 맘 편하게 말할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철도공단은 한술 더 떴다. 공단이 이미 A업체 기술을 국산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 관계인 만큼 접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해명은 오히려 설득력이 더 떨어져 보인다. A업체가 회삿돈으로 경쟁 관계인 철도공단을 ‘환대’할 일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은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 발주처다.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는 2026년까지 총사업비 3366억원을 투입해 충북 오송에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의 업무동과 숙소동을 건설하고, 첨단기술을 적용한 철도 관제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철도 관제시스템을 활용해 철도 관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센터다. 올해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건축설계 및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2027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A업체는 제2 철도교통관제센터 입찰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공단 안팎의 시각이다. 공단은 해마다 내부적으로, 또는 업체들과 청렴 서약을 하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중 윤리 경영 부문에서 미흡(C)에 그치는 평가를 받았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올해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아무리 일을 잘해도 청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조직은 신뢰를 잃고 조직 유지조차 어렵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뼈를 깎는 자정과 쇄신까진 아니더라도, 기본과 원칙을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